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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시인선 연속 강연 

‘전 세계 낯모르는 시인들의 총서’

외국 시집은 낯선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시인의 목소리, 그것을 전하는 번역가의 목소리, 이 목소리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는 독자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시의 이미지와 호흡, 리듬과 분위기를 옮기면서 언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그 자체로 한국어의 어떤 다른 가능성에 닿을 수 있으리라 여기며 시작한 읻다 시인선이 10권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에 지금까지 소개한 시인과 시집을 톺아보며, 다시 읽고 다시 떠올리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안과 밖 사이, 현실과 몽환 사이에 존재하는 앙리 미쇼

서구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난해하고 가장 기이한 작가로 평가받는 앙리 미쇼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단지, ‘포스트모던’이란 단어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정통문학을 해체하는 글쓰기와 글쓰기를 대체하는 그리기가 양립하는 앙리 미쇼의 상상계를 탐험하면서, 오늘날 팬데믹에 투영된 불안한 현실세계에 저항할 수 있는 동력을 발견해보자.

서구문학의 관습을 해체한 문학가이자 난해한 이미지들을 들끓게 하는 추상화가로 알려진 앙리 미쇼는 프랑스 현대문화 속에서 그 어떤 학설이나 –주의로 귀결되는 무리에 속한 적이 없다. 혹자는 앙리 미쇼를 초현실주의적인 문인 또는 예술가로 단정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미쇼를 바라보는 시선들과는 달리, 미쇼는 현실세계로부터 벗어남에 도달한 적이 없다. 그의 글쓰기와 그리기에 안착한 사유들은 오히려 초현실적인 피상 아래 숨겨진 현실세계에 대한 통렬한 관찰이자 비판이다. 미쇼의 문학 그리고 예술은 자신이 관계된 현실에 대한 저항의 행위이다. 물론, 미쇼는 달아남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표출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세계 이를테면, 가족, 고향, 조국 그리고 인류를 위협하는 잔혹행위들이 지속되는 세계로부터의 영원한 도피를 열망한다. 그 열망은 글쓰기와 그리기의 창작행위로 구현되고,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로의 여행을 통해서 구현된다. 그래서 미쇼의 문학과 예술은 ‘출발’과 ‘귀환’의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재현하고 재생한다.

앙리 미쇼를 읽고 체험할 수 있는 이 특별한 시간을 통해서, 지난세기 오류와 부정의 현실세계에 저항하였던 그만의 기이한 방식을 탐색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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