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 시인선 연속 강연 

‘전 세계 낯모르는 시인들의 총서’

외국 시집은 낯선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시인의 목소리, 그것을 전하는 번역가의 목소리, 이 목소리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는 독자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시의 이미지와 호흡, 리듬과 분위기를 옮기면서 언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그 자체로 한국어의 어떤 다른 가능성에 닿을 수 있으리라 여기며 시작한 읻다 시인선이 10권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에 지금까지 소개한 시인과 시집을 톺아보며, 다시 읽고 다시 떠올리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후아나 비뇨치의 ⟪세상의 법, 당신의 법⟫ 함께 읽기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열이면 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가을이란, 물이란, 바람이란 이런 거지.
과연 누가 감히 다른 걸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질서로 움직이는 여자⟫ 중에서

20세기와 21세기, 아르헨티나와 한국이라는 시공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낯선 시인을 읽는다는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로 다른 목소리와 목소리가 만나면 어떤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 시인 후아나 비뇨치의 ⟪세상의 법, 당신의 법⟫은 총 5권의 시집으로 묶인 책으로, 1967년부터 2000년까지의 세월을 건너온 한 여성이자 스스로 무국적자라고 부르던 이방인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낸 기록이다. 결코 체념하지 않고,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야말로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뇨치 시의 중심을 관통하는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산책을 하든, 술집에서 포도주를 마시든, 여행을 하든, 늘 움직이고 있는 비뇨치 시의 화자들은 ‘움직임’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고통을 덮어두기보다는 꺼내어 마주함으로써 망각과 싸운다. 

이번 낭독회에서는 백은선 시인과 비뇨치의 역자가 함께 이 낯선 아르헨티나 시인을 한국어와 스페인어, 두 개의 목소리로 읽어보며 20세기 후반의 아르헨티나 시인이 지금의 한국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중남미 여성 시인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물리적인 움직임이 제한되고 일상이 멈추어 버린 지금, 다른 언어와 다른 목소리가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새로운 자극이 우리 내면에 작은 균열을 내기를, 후아나 비뇨치의 단단하고 곧게 뻗어 나가는 시에서 앞으로 도래할 세상을 준비하는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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