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옮긴이 박술
  • 원제 Die Kriegstagebücher
  • 발행일 2016년 3월 24일
  • 판형 125×200mm
  • 면수 504쪽
  • 정가 18,000원
  • ISBN 9791195735112
  • 전자책 출간(ePub)

책 소개

‘청년’ 비트겐슈타인의 불태우지 못한 일기
《전쟁일기》 전 세계 최초 완역 합본

“내 일기장과 노트들은 제발 부탁이니 불쏘시개로만 쓰세요. 매일 2~3장씩 난로에 불을 붙이는 데 사용하면 금방 다 쓸 수 있을 겁니다. 활활 잘 타길 빕니다. 그러니까, 없애버리세요!”

읻다 프로젝트의 총서 ‘괄호’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전쟁일기》.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이 1차세계대전 참전 중에 기록한 세 권의 일기장을 묶은 것으로 케임브리지 대학 및 베르겐 문헌보관소의 협조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완역 합본이다. 독일에서조차 완역하지 않고 편집 후 발간했듯이 이 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의 은밀한 내면까지 담고 있다. 그는 다른 어떤 철학자보다도 즉흥적으로 사유했고, 이를 지적의 형태로 포착했으며,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생각을 이끌어냈고, 이를 일기의 형식을 빌려 기록했던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일기에 드러나는 비트겐슈타인의 감정이나 의식의 흐름이 훗날 비트겐슈타인의 역작 《논리철학논고》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전쟁일기》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엄격한 논리학자가 아닌, 유약하고 섬세하며 예민한 청년으로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쟁일기》에서는 사유하는 비트겐슈타인, 글 쓰는 비트겐슈타인, 의심하는 비트겐슈타인, 도취된 비트겐슈타인, 고뇌하고 절망하는 비트겐슈타인을 보며, 그가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여 글로 옮기는 과정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일기》는 철학자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 두 가지, 사유와 집필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는 다른 어떤 철학자보다도 즉흥적으로 사유했고, 이를 지적의 형태로 포착했으며,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생각을 이끌어냈고, 이를 일기의 형식을 빌려 기록했던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전쟁일기》를 읽으며 독자들은 비트겐슈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전우가 된다. 그와 함께 전함 위, 망루 위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공습의 공포에 몸을 떨고, 신을 찾아 부르짖으며, 논리학과 철학의 가장 난해한 문제들과 마주한다. 고난과 역경을 통과하여, 진리에 도달하는 과정을 1인칭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또한 ‘사적 일기’와 ‘철학 일기’를 병행 편집하여 삶과 철학이 병존함을 생생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이처럼 《전쟁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이 걸어간 철학적 여정을 이보다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나는 한 시간 후에 죽을지도 모르고, 두 시간 후에 죽을지도 모르고, 한 달 후나 아니면 몇 년 후에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죽음을 알지 못하며, 그것에 대항하거나 준비하기 위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이 삶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존립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좋음과 아름다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삶이스스로 멎는 순간까지.” —14년 10월 7일

1차세계대전 참전은 비트겐슈타인의 일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5년 가까이 계속된 전쟁의 경험은 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부서질 듯이 불안했던 천재 청년은 불멸의 철학서 《논리철학논고》를 써냈고, 유럽의 최상류 사회를 누비던 도련님은 금욕적인 구도자가 되어 돌아왔다. 한때 귀족적이었던 용모는 이제 숱한 전장을 본 눈빛과 깊은 고통을 겪은 얼굴로 덧씌워져 알아볼 수 없었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비트겐슈타인은 막대한 상속금을 형제들에게 전부 나누어주고, 철학계에서도, 빈의 사교계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대체 전쟁터에서 그는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물론 오늘날에도 비트겐슈타인이 어떤 이유로 참전을 했는지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당시의 많은 젊은이가 애국심과 모험심으로 전쟁을 찬양하고 일종의 집단 환상에 이끌린 채 전쟁터로 향했다면, 비트겐슈타인의 동기는 이보다 더 내밀하고 정신적인 것이었다. 그의 참전은 ‘새로운 인간이 될 목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실존적 절망과 철학적 난관을 해결하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고,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전쟁터로 자신을 내던졌다.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군의 퇴각과 함께 이탈리아 전선에서 포로가 된다. 이탈리아의 포로수용소에서 참전 중에 써둔 《전쟁일기》를 바탕으로 《논리철학논고》를 완성하며, 이로써 ‘철학의 모든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전쟁일기》의 철학 부분은 《논리철학논고》를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최종작의 완결성을 위해서 과감하게 포기되었던 많은 생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언어라는 바탕에서 어떻게 개념어가 자연스럽게 탄생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드문 공간이기도 한다. _<해제> 중에서

《전쟁일기》는 비트겐슈타인의 내면적이고도 철학적인 긴 여정에 대한 충실한 철학적 기록이자 고백록인 것이다.


차례

편집 의도 6
서문 8
전쟁일기 14
해제 464
옮긴이의 말 497


책 속에서

이틀 전에 징병검사를 통과하고 크라카우 제2요새포병연대로 배치받았다.

14년 8월 9일

어떤 의미에서, 논리에서는 오류를 범할 수 없어야 한다. 이것은 ‘논리는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라는 말에 이미 부분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대단히 심오하고 중대한 깨달음이다.

14년 9월 2일

다친 발 때문에 오전에 의무대에 갔었다. 인대가 늘어났다고 한다. 많이 작업하지 못했다. 니체 8권을 사서 읽었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그의 적개심에 감정이 크게 동했다. 그의 글에도 어떤 진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스도교는 행복으로 이끄는 유일하며 확실한 길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 행복을 내팽개친다면 어떠한가?! 불행한 채로, 외부 세계와 절망적인 싸움을 벌이다가 파멸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런 삶은 무의미하다.

14년 12월 8일

내가 쓰고 있는 모든 글은 하나의 거대한 문제에 대한 것이다: 세계에는 선험적 질서가 있는가? 만약 질서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

15년 6월 1일

언제나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신의 은총으로 밤은 무사히 지나갔다. 때때로 공포가 엄습해온다. 이곳은 잘못된 인생관을 가르치는 학교다! 사람들을 이해하라! 그들을 증오하고 싶을 때마다, 대신 그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라. 내적 평화에 의지해서 살아라! 하지만 어떻게 내적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오직 신의 뜻대로 사는 것밖에는 없다. 오직 그렇게 해서만 삶을 견뎌낼 수 있다.

16년 5월 6일

하나의 신을 믿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신을 믿는다는 것은, 세계의 사실들로는 아직 해결이 나지 않았음을 보는 것이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삶에 의미가 있음을 보는 것이다.
행복한 자에게는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죽음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간 속에서 살지 않고, 현재 속에서 사는 자만이 행복하다.
현재를 사는 삶에는 죽음이 없다.
죽음은 삶의 사건이 아니다. 죽음은 세계의 사실들 중 하나가 아니다. 
영원을 무한히 지속되는 시간이 아니라 비시간성으로 이해한다면, 현재 속에서 사는 자가 영원히 산다고 할 수 있다. 

16년 7월 8일

어제 총격을 받았다. 겁에 질렸다!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살려는 소망이 이제는 얼마나 간절한지 모른다! 그리고 한번 생을 좋아하게 되었다면, 그것을 포기하기란 어렵다. 이것이 바로 ‘죄악’이며, 비이성적인 삶이며, 잘못된 인생관이다. 나는 때때로 짐승이 된다. 그러면 먹고 마시고 자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다. 끔찍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마치 한 마리 짐승처럼 고통받고, 내적 구원이란 불가능한 것처럼 그렇게 고통받는다. 그럴 때면 나는 내 욕정과 반감들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때에 진리의 삶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6년 7월 29일

모든 것이 있는 방식이, 곧 신이다.
신이란, 모든 것이 있는 방식이다.
오직 내 삶의 유일성에 대한 의식에서만 종교와 학문과 예술이 기원한다.

16년 8월 1일

3일간 기차로 이동한 후, 진지를 향해 행군하기 시작했다. 건강도 그다지 최상의 상태가 아니고, 주위 사람들의 저열함과 악랄함으로 인해 영혼은 엉망진창이다. 영혼의 병에도 굴하지 않을 힘과 내적 강함을 신께서 내려주시길. 신께서 나의 기쁜 마음을 지속시켜주시길.

16년 8월 6일

예술 작품이란 영원의 관점으로 바라본 대상이다. 그리고 좋은 삶은 영원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계다. 이것이 예술과 윤리의 연결 지점이다.

16년 10월 7일

예술의 기적은,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있는 것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다.

16년 10월 20일

올바른 철학의 방법은 말해질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오직 자연과학적인 것, 즉 철학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형이상학적인 것을 말하려 한다면, 그럴 때마다 그가 자신이 사용한 문장의 몇몇 기호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그 사람에게는 불만족스럽겠지만(그는 우리가 그에게 철학을 가르친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16년 12월 2일

지은이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1911년부터 버트런드 러셀과 교류하며 논리학과 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차 세계 대전 참전 중에 《논리철학논고》(1921)를 집필하고, 철학의 모든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했음을 선언한 뒤에 학계를 떠났다. 1929년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돌아와 평생 철학을 가르쳤으며, 1951년 사망했다. 논리학, 수리철학, 심리철학, 언어철학 분야에서 《철학적 탐구》(1953)를 비롯한 많은 저작을 유고로 남겼다. 작품과 삶에서 드러나는 실존적 자세, 완벽주의, 독특한 성격으로 철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폭넓은 영향을 끼쳤으며, 20세기 이후의 철학에 가장 강력한 흔적을 남긴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옮긴이 | 박술

유년을 독일에서 보내고 뮌헨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육군사관학교 철학과 조교수로 근무했으며, 힐데스하임 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 니체의 《비극의 탄생》(공역),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철학 파편집》, 트라클의 《몽상과 착란》이 있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