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제바스티안 브란트
  • 옮긴이 노성두
  • 원제 Das Narrenschiff(1494)
  • 발행일 2016년 11월 15일
  • 판형 125×200mm
  • 면수 556쪽
  • 정가 20,000원
  • ISBN 9791195735167
  • 전자책 미출간

책 소개

세상의 모든 바보들에 대한 원전 《바보배》

사람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대양을 떠돌면서 자기들의 사업을 벌였다.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바다 깊이 가라앉았다. 그들의 영혼은 재앙을 입고 토막이 났다. 사람들은 술취한 사람처럼 얼이 빠져서 비틀거렸다. 사람들의 지혜는 간곳이 없었다.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바보배》가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일찍이 2006년에 출간된 이력이 있는 《바보배》는 인문 및 미술사학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으며 중고 거래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으로 유명했다. 《바보배》는 바보들을 가득 태운 배가 어리석음의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지나 바보들의 유토피아인 ‘나라고니아’로 향하다 난파한다는 이야기로 총 110여 가지가 넘는 바보들의 유형이 목판화 그림 한 점씩과 짝을 이뤄 병렬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이 판화들은 알브레히트 뒤러가 작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보들의 혁명,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운동의 도화선이 되다

문학이나 예술 작품에서 ‘바보’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이성’과의 대척점에서, 인간의 무지와 죄악 어리석음을 되비추는 알레고리로 자주 쓰였다. 브란트는 궁성과 도회 골목, 농촌, 교회 등 삶의 현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바보의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동시에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유베날리스, 플루타르코스 등 수많은 신화와 고전, 성서 등을 방대하게 인용해 작품 곳곳에 배치한다. 《바보배》는 출간된 첫해에만 3쇄를 찍고, 브란트가 사망할 때까지 무려 17판을 찍으며 르네상스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다. 이처럼 인간에 대한 묘사와 냉철한 풍자와 사회 비판 정신을 담은 《바보배》는 훗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바보배》 출간 3년 뒤, 야콥 로허는 스승의 작품인 《바보배》를 라틴어로 번역한다. 이후 《바보배》는 유럽 전 지역으로 번역되어 퍼졌으며, 그 즉시 유럽 인문학자들의 애독서가 되었다. 그 후 ‘바보’는 16세기를 대표하는 문학과 사상의 상징적 키워드로 부상해 동시대와 후대 인문주의적 글쓰기에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인문학자 에라스뮈스가 브란트의 《바보배》를 사표로 삼아 《바보예찬》을 집필했으며, 토마스 무르너의 《사기꾼조합》,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도 브란트의 《바보배》에서 바보들의 유형을 빌려왔다.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 <광인들의 배>와 피테르 브뤼헐의 그림 <네덜란드 속담>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바보들 또한 그란트의 《바보배》에 등장하는 바보들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현대 철학자 미셸 푸코 역시 《광기의 역사》를 집필하며 영향을 받은 책으로 《바보배》를 꼽는다.

우리가 탄 이 배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바보배》에 등장하는 숱한 바보들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읽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500년 전 고전 속 현실과 오늘 우리의 현실이 정확히 일치하다는 것을. 이 책에 등장하는 바보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도 생생히 존재한다. 광기와 비이성의 세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만, 어리석고 무능한 선장이 키를 잡고 있으면 배의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천태만상 바보들이 / 권력을 믿고 까부네. / 권력이란 마르고 닳도록 지속하는 줄 알지만 / 봄볕에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지고 만다네.

〈권력의 종말을 모르는 바보〉

그렇다면 과연 나는 정말 이들과 다른가? 세상의 모든 바보들과 함께 제바스티안 브란트도 결국 바보배에 승선한다. 바보배 판화 뱃머리에 바보깃발을 붙들고 있는 박식한 바보가 바로 브란트이다. 브란트는 독자들이 책 속에 담긴 숱한 바보들의 모습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한다. 마지막 지혜의 한 조각은 아마 이 수많은 ‘바보’들 속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자만이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례

들어가는 말
머리말

1. 소용없는 책
2. 약이 되는 충고
3. 탐욕을 가진 바보
4. 새로운 유행을 좇는 바보
5. 늙은 바보
6. 올바른 자녀교육
7. 이간질하는 바보
8. 바른 조언을 안 듣는 바보
9. 예의를 모르는 바보
10. 참된 우정
11. 성서를 무시하는 바보
12. 경거망동하는 바보
13. 육욕에 빠진 바보
14. 하느님께 대드는 바보
15. 계획을 세울 줄 모르는 바보
16. 과식하고 식탐을 부리는 바보
17. 부질없는 재물을 숭상하는 바보
18. 두 주인을 섬기는 바보
19. 수다쟁이 바보
20. 남의 물건을 줍는 바보
21. 솔선수범하지 않고 남을 나무라는 바보
22. 지혜의 가르침
23. 행운을 맹신하는 바보
24. 근심에 짓눌린 바보
25. 빚을 내는 바보
26. 쓸데없는 소원
27. 날림으로 공부하는 바보
28. 하느님을 질책하는 바보
29. 저 혼자 옳다는 바보
30. 봉록에 너무 욕심내는 바보
31. 미루기 좋아하는 바보
32. 의처증을 가진 바보
33. 불륜
34. 변할 줄 모르는 바보
35. 화를 잘 내는 바보
36. 고집불통 바보
37.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는 바보
38. 의사 말을 안 듣는 바보
39. 뻔한 음모를 꾸미는 바보
40. 바보를 타산지석으로 삼기
41. 흘릴 말을 담아두는 바보
42. 남을 조롱하는 바보
43. 영원한 기쁨에 콧방귀 뀌는 바보
44. 교회에서 소란 피우는 바보
45. 제 목숨을 끊는 바보
46. 권세를 가진 바보
47. 영생의 길을 모르는 바보
48. 바보배를 탄 바보 도제들
49. 못된 본보기를 보이는 부모 바보
50. 쾌락에 빠지는 바보
51. 비밀을 못 지키는 바보
52. 돈을 보고 구혼하는 바보
53. 질투와 증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바보
54. 꾸지람을 못 참는 바보
55. 돌팔이 의사 노릇 하는 바보
56. 권력의 종말을 모르는 바보
57. 하느님의 섭리를 모르는 바보
58. 제 것을 건사 못하는 바보

59. 고마움을 모르는 바보
60. 저 잘난 바보
61. 춤바람이 난 바보
62. 야밤에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바보
63. 구걸하는 바보
64. 꽃뱀
65. 별점을 치는 바보
66. 세상 모든 나라를 다 연구하려는 바보
67. 바보가 안 되려면
68. 농담도 못 붙일 바보
69. 악행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는 바보
70. 어려운 때를 준비하지 않는 바보
71. 시비 걸고 소송 거는 바보
72. 욕쟁이 바보
73. 성직자가 되려는 바보
74. 쓸데없이 사냥을 하는 바보
75. 솜씨 서툰 활잡이 바보
76. 허세를 부리는 바보
77. 노름에 빠진 바보
78. 나귀에 짓밟히는 바보들
79. 강도와 변호사 바보
80. 못 미더운 우체부 바보
81. 어리석은 주방장 그리고 창고 감독
82. 사치에 빠진 시골 바보
83. 가난을 경멸하는 바보
84. 재물을 고집하는 바보
85. 죽음을 외면하려는 바보
86. 하느님을 능멸하는 바보
87. 하느님을 모독하는 바보
88. 하느님이 내리시는 재앙과 천벌
89. 어리석은 교환을 하는 바보
90. 부모를 공경하여라
91. 교회 제단부에서 잡담하는 바보
92. 교만과 허영
93. 사채업과 매점 행위
94. 유산을 고대하는 바보
95. 안식일에 딴짓하는 바보
96. 주고 나서 후회하는 바보
97. 일 안 하고 게으름 피우는 바보
98. 이방 나라들의 바보
99. 신앙의 몰락
100. 아첨하는 바보
101. 남의 귀에 바람 넣는 바보
102. 가짜를 만들고 사기를 치는 바보
103. 적그리스도
104. 진실에 입 다무는 바보
105. 선행을 훼방 놓는 바보
106. 덕행을 게을리하는 바보
107. 지혜의 보답
108. 게으름뱅이 천국으로 가는 배
109. 재앙을 가볍게 여기는 바보
110. 선한 사람을 모함하는 바보
110a. 식탁에서 무례를 범하는 바보
110b. 사육제의 바보들
111. 글쓴이의 죄송한 말씀 한마디
112. 현명한 사람
항의문
바보배의 닻을 내리며

그림 설명과 후주
옮긴이 해설 ― 《바보배》의 텍스트와 그림


책 속에서

바보거울을 제대로 비추어보면

자신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

자신이 내세울 것 없는 보잘것없는 존재이고

세상에 결점 없이 사는 인간은 없다는 것,

자기는 바보가 아니라 현명하다고

우길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네.

21쪽

바보들아, 탐탁찮다 여기지 말고

지혜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나.

22쪽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못하고

큰일이건 작은 일이건 남의 조언에 기대는 사람은

혼자서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네.

50쪽

제 눈에 들보가 박혔으면,

“여보게, 잘 듣게.

자네 티끌이 내 맘에 거슬리네!”라고

남 충고하기 앞서 제 들보부터 빼내시게.

99쪽

자기는 반드시 구원을 받는다는 사람,

행운은 언제나 자기편이라는 사람,

종국에는 날벼락을 맞게 된다네.

104쪽

의인이 주군이 되면

나라는 만방의 칭송을 받지만,

바보가 권좌에 앉아 다스리기 시작하면

다 함께 그릇된 구렁에 빠진다네.

184쪽

천태만상 바보들이

권력을 믿고 까부네.

권력이란 마르고 닳도록 지속하는 줄 알지만

봄볕에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지고 만다네.

218쪽

모르는 나라를 연구하는 사람은 많은데,

저 자신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네.

268쪽

하늘로 공을 던지고 나서

공이 아래로 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는 곳마다 화를 부르리.

279쪽

행운은 부자와 빈자에게 나눔을 차별하나

죽음은 만사를 고르게 처리하네.

죽음은 공정한 재판관이라서

청탁에 흔들리지 않고 사면도 없다네.

죽음은 모든 것을 보상하지.

죽음은 아무도 봐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머리 숙이지 않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수레를 타고 가서

죽음의 춤을 차례로 추어야 하네.

347쪽

지은이 | 제바스티안 브란트(Sebastian Brant)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1457년 슈트라스부르크에서 태어나 1521년 사망했다. 바젤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한 뒤 동 대학의 법학교수가 되었다. 스콜라철학과 인문주의의 세례를 받은 그는 사회 비판과 번역에 관심이 많았다. 법학 저작물과 라틴어 시문학 등 다수 저작물을 번역하면서 작가이자 편집자로 활발한 출판 활동을 벌이던 그는 중세 말기 최대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바보배》(1494)를 출간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독일어로 쓰인 이 운문 작품은 종교개혁 직전의 정치와 종교, 사회의 타락과 부패를 통렬하게 풍자하고 비판하며 있으며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유베날리스, 플루타르코스 등 고전문학 작품을 비롯해 성서의 잠언과 시편 등 시대를 뛰어넘는 해박한 인용과 교훈들로 채워져 인문학자들의 애독서로 널리 사랑받았다. 독일어권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번역되어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우인문학의 원조로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동시대와 후대의 인문주의적 글쓰기에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 《바보배》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더불어 독일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옮긴이 | 노성두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 고전고고학, 이탈리아 어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 《유혹하는 모나리자》, 《성화의 미소》,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 읽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알베르티의 회화론》,《예술가의 전설》 등이 있다. 이외에 서양미술에 대한 110여 권의 책을 쓰고 옮겼다. 미술작품뿐 아니라 전시공간으로서의 미술관, 예술가와 주문자의 관계, 예술가의 삶과 작업실, 작품의 탄생 배경이 되는 시대, 역사, 종교적 상황과 미술이론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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