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프리드리히 니체
  • 옮긴이 김출곤·박술
  • 원제 Die Geburt der Tragödie(1872)
  • 발행일 2017년 2월 23일
  • 판형 125×200mm
  • 면수 260쪽
  • 정가 15,000원
  • ISBN 9791195735174
  • 전자책 ePub

책 소개

사상과 예술과 학문을 도발한 반시대적 선언문
니체 철학의 전체 주제를 배태한 기념비적인 첫 저작

《비극의 탄생》은 나에게 모든 가치의 첫 번째 전도였다.
하여 나의 의욕과 나의 능력이 생장하는 토양으로 나 다시 돌아가 서노라,
나, 철학자 디오니소스의 제자가, 나, 영원회귀의 스승이…

니체라는 비극적 영웅을 세계의 무대에 올린 디오니소스적 분출
학문의 문제 자체를 탐구한 “불가능한 책”

젊은 니체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이론적 세계관에 투쟁하여 내놓은 첫 저작. “모든 것은 지성적이어야만 아름답다” 혹은 “지자만이 유덕하다” 하는 소크라테스의 예술 폄훼 사상과 이성주의를 비판하고 질서 정연한 ‘아폴론적인 것’에 대비되는 도취된 상태, 광기, 일명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학문을 예술의 광학(光學)으로”, “예술을 삶의 광학으로” 보는 것을 과제로 삼고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두 예술충동의 투쟁에서, 마침내 비극이 탄생하기까지의 그리스 예술사와 비극의 기원 문제를 이 책은 설명한다. 이 책은 니체가 몸담던 고전문헌학 저술이 아닌 철학 사변을 담았으며 학자들을 “노예계급”이라고 폄하하고 동시대의 사상·예술·학문을 도발하는 내용이기에, 당시에는 “기발할 정도로 경망스럽다”는 등 혹평을 받으며 차갑게 외면당했지만, 삶과 학문의 본질에 대한 니체 철학의 전반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주요 고전으로 손꼽힌다. 니체 스스로 “불가능한 책”이라고 자평한 이 책에서 우리는 비관주의, 쇠퇴·붕괴·실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다.

니체의 생애를 결정적으로 뒤바꾼 하나의 운명,
《비극의 탄생》의 기원

지금 내 안에서 학문과 예술과 철학이 함께 자라고 있다. 분명 언젠가는 켄타우로스를 낳을 것이다.

KSB 3,95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바젤 대학 문헌학교수로 임명된 니체는 대학 시절부터 이미 명성 높은 문헌학자로 촉망받았다. 그러나 1865년 라이프치히 대학에 다니던 중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압도당하였다. 1868년 바그너와 처음 만나 쇼펜하우어와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서 본격적으로 문헌학에 심각한 회의를 품고 철학논문을 구상하게 된다. 그는 바그너 부부와 수시로 교유하며 1870년 여름부터 〈디오니소스적 세계관〉을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비극에 대한 문헌학적, 역사학적 탐구가 아니라 철학적 해석이었으며, 《비극의 탄생》의 바탕이 되었다. 1870년 12월 24일, 니체는 〈디오니소스적 세계관〉을 다듬고 축약한 원고 〈비극적 사상의 탄생〉을 들고 바그너 저택을 방문했고, 리하르트 바그너의 아내 코지마 바그너에게 생일선물로 건넸다. 이 〈디오니소스적 세계관〉 또는 〈비극적 사상의 탄생〉은 후에 《비극의 탄생》 전반부 1장〜10장을 구성하는 요체가 된다. 니체는 소크라테스주의에 의한 비극의 죽음을 다룬 강연 원고 〈소크라테스와 비극〉을 개정하여 〈소크라테스와 그리스 비극〉이라는 소책자로 자비 출판하였으며, 이후 약간의 수정을 거쳐 《비극의 탄생》 11장〜15장에 거의 그대로 수록한다. 둘을 합하면 전체 25장으로 구성된 《비극의 탄생》 전반부에 해당한다. 출간 작업을 마무리하고 헌정사인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과 함께 《비극의 탄생》 초판본을 1872년 새해 벽두에 바그너 저택에 전하였다.

이론적 세계관과 비극적 세계관의 영원한 투쟁

예술의 발달은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중성에 달려 있으며, 이는 번식이 두 성에 의존하는 것과 같아서 끊임없는 투쟁과 간헐적인 화해가 있다.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두 예술충동은 각각 ‘조형·영상·언어’와 ‘음악’을 충동하는 “예술가적 권력들”로서, 양자의 투쟁과 화해를 통해 서사시, 서정시, 비극 등의 예술장르가 탄생했다. 티탄전쟁에서부터 호메로스 서사시, 도리스 예술, 서정시, 비극에 이르는 여정은 그들의 불일치와 일치가 남긴 “끝없는 흔적”이다.(1장∼4장)

니체의 통찰에 따르면, 언어와 음악 간의 비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서정시에서 비극이 싹텄으며, 언어·음악·춤이 함께 펼쳐지는 디티람보스라는 제의예술과 가무단에서 비극이 직접적으로 기원했다. 오케스트라 위 가무단의 가무서정시와 무대 위 배우들의 대화, 즉 가무단의 디오니소스적 서정시와 무대의 아폴론적 꿈세계의 비의적 합일이 바로 비극이다.(5장∼10장)

그러나 에우리피데스는 극에서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제거하고 순수히 비디오니소스적인 예술·풍습·세계관 위에 건립하려 했고, 소크라테스는 지성과 앎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비극을 비철학적인 자극제, 유익하지 못한 예술로 간주하여 배척했다. 그로 인해 그리스 비극의 예술작품은 몰락하고 만다.(11장∼15장)

학문의 정신, 이론적 세계관이 한계에 다다르고 보편적 타당성에 대한 요구가 파멸할 때 비극의 재탄생을 희망할 수 있다. 그 표지는 바로 “음악 하는 소크라테스”, 즉 음악마저 현상(現像)을 모방하는 예술로 전락시키는 문화형태다. 이 황폐한 문화에서 학문의 낙관주의가 한계에 부딪히며, 디오니소스적 정신이 서서히 깨어나고 비극적 문화가 유입된다. 바흐, 베토벤, 바그너로 이어지는 독일음악과 칸트, 쇼펜하우어의 독일철학은 “독일적인 것들의 회복”이며, 디오니소스적 정신의 재각성, 비극의 재탄생이다.(16장∼20장)

비극은 자체 안에 음악 황홀경을 흡수하고 비극적 신화와 비극적 주인공을 제시한다. 음악의 도움을 입은 비극적 신화는 언어만으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의의를 성취한다. 니체는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제3막을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합일, “완성된 극과 그것의 음악 간에 섭리하는 예정조화” 덕분에 무대의 극은 최고 수준의 현시(顯示)에 도달하며, 음악은 무대의 세계를 내밀하게 비추어 무한히 확장시킨다.(21장∼25장)

원문의 문체적 특징을 살리며
문헌학적 비평의 자세로 접근한 공동 번역

문헌학자였던 니체는 고대 언어에 능통하여 낱말의 의미에 다중적으로 접근하고 문체적 갈등을 겪으면서 자기만의 표현을 시도했다. 그는 낱말의 의미를 이질적으로 취하거나 새롭게 분절하기도 한다. 《비극의 탄생》의 언어와 표현은 문헌학적 비평의 자세로 엄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책의 옮긴이들은 독일어 낱말이 어떤 고대어와 연계되어 있는지 당대 언중의 활용과는 얼마나 다른지, 낱말의 이질적인 의미 선택이 어떤 중의적 효력을 갖는지, 외래어를 도입한 의도는 무엇인지, 니체의 사고가 어떤 고대 문헌 및 근대의 사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등등을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하면서 번역어 선택에 고심했다. 또한 오역을 최대한 줄이고 니체의 의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대 언어 및 문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제1역자의 초역 이후 두 번의 공동 검토와 세 번의 개정 끝에 번역 원고를 완성했다.


차례

자기비판의 시도 11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 32

비극의 탄생 35

작품 해제 236


책 속에서

이 의문스러운 책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분명 순위와 매력에서 제일가는 질문, 그것도 심오한 개인적 질문이었다.

11쪽

학문 자체, 우리의 학문―그렇다, 삶이 병든 증상으로 보이는 모든 학문은 도대체 무엇인가? 모든 학문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더 심하게 묻자면, 모든 학문의 기원은 무엇인가?

14쪽

그러므로 당시 이 의문스러운 책과 함께, 삶을 지지하는 본능으로서 나의 본능은 도덕에 맞서 방향을 틀었으며, 삶과 관련하여 철저한 반대 가르침과 반대 평가를, 순수히 아티스트적이고 적그리스도적인 가르침과 평가를 생각해냈다. 그것들을 뭐라 부를까? 나는 문헌학자요 언어의 인간으로서 그것들에게 세례를 주었다. 얼마간 자유롭게―누가 적그리스도의 본명을 알리오?―, 한 그리스 신의 이름으로, 나는 그것들을 디오니소스적인 것들이라고 명명했다.―

24~25쪽

행여 자네들이 철저히 비관주의자로 남길 원한다면, 자네들은 우선 이 세상의 위로의 예술부터 배워야 한다,―자네들은 웃음부터 배워야 한다, 나의 젊은 벗들이여. 그리하여 자네들은 웃는 자가 되어 언젠가 악마에게나 던져주게 되리라, 모든 형이상학적 위안을,―그에 앞서 형이상학까지도!

30쪽

현존과 세계는 오직 미적 현상現狀으로서만 정당화된다.

72쪽

천재는 오직 예술가적 생성활동 속에서 세계의 원초예술가와 융합되는 한에서만, 예술의 영원한 본질에 대하여 무언가를 알게 된다. 그 상태에서 그는 경이롭게도, 눈을 뒤집어 자기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섬뜩한 동화 속 영상과도 같다. 이제 그는 주관인 동시에 객관이며, 시인인 동시에 배우이자 관객이다.

72~73쪽

모든 참된 비극은 형이상학적 위로, 즉 ‘사물들의 근본에 있는 삶은 현상現像들의 온갖 변천에도 굴하지 않고 파괴되지 않는 위력과 욕망을 품고 있다’는 위로를 베풀어 우리를 퇴장시키나니…

85쪽

한번 본 진리를 의식하는 한, 이제 인간은 어디서나 존재의 섬뜩함 아니면 부조리만을 볼 뿐이다.

87쪽

여기에서, 이와 같은 의지의 최고 위험 속에서, 구원과 치유의 주술사로서 예술이 다가온다. 예술만이 현존의 섬뜩함이나 부조리에 대한 역겨움의 사상을 선회시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표상들 속으로 이끌 수 있다.

87쪽

혹시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여 그게 곧 비지성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혹시 논리가는 추방되어 들어갈 수 없는 지혜의 나라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예술은 학문의 필연적 상관물이자 보완물이지는 않을까?

147쪽

이제 학문은 강력한 환상이 가하는 박차로 인해 멈추지 못하고 한계를 향해 치닫지만, 한계에 부딪히면 논리의 본질에 숨어 있는 학문의 낙관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학문의 원주는 무한히 많은 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과연 그 원을 완전히 측정할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데도, 고귀하고 천부적인 인간이 생애의 중반에 채 이르기도 전에 불가피하게 원주의 한계점에 봉착하여 그곳에서 해명될 수 없는 것을 응시하기 때문이다. 그 한계에서 논리가 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급기야 제 꼬리를 무는 것을 그는 참혹하게 목도한다―여기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식, 비극적 인식이 홀연히 피어난다. 이 인식을 단지 감당하기 위해서만이라도 보호책과 치료제로서 예술이 필요하다.

153쪽

일찍이 우리가 현재 목도하는 것만큼 소위 교양과 진정한 예술이 서로 낯설어하고 반감을 품고서 대립했던 예술시기는 없었다.

196쪽

자, 나의 벗들이여, 나와 함께 디오니소스적 생을, 그리고 비극의 재탄생을 믿으라. 소크라테스적 인간의 시대는 끝났으니, 넝쿨화환을 두르고 티르소스 지팡이를 손에 들라. 호랑이와 표범이 살랑거리며 너희 무릎 앞에 엎드릴 때면 놀라지 마시라. 이제 과감하게 비극적 인간이 되기만 하라, 그러면 너희는 구원을 받으리라. 인도에서 그리스까지 디오니소스적 제전의 행렬을 따라야 할지니! 격전을 치르기 위해 무장하라, 너희 신의 기적을 믿으라!

199쪽

디오니소스적 격동은 그것이 만연한 중요한 시기마다 직감될 수 있겠지만, 개별자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디오니소스적 구원이 가장 잘 느껴지는 때는 정치적 본능이 손상되어 정치적 무관심이 적대감에 이를 정도로 강화될 때임이 분명하다.

200쪽

투쟁하는 주인공은 승리함으로써가 아니라 몰락함으로써 더 높은 욕망을 예비한다.

202쪽

나의 벗들이여, 디오니소스적 음악을 믿는 그대들이여, 그대들 역시 우리에게 비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다. 음악으로부터 재탄생한 우리는 비극에서 비극적 신화를 갖는 것이니―그대들은 비극적 신화 속에서 어떤 것이든 희망할 수 있으며 가장 고통스러운 것조차도 망각할 수 있노라!

247~248쪽

음악과 비극적 신화는 하나같이 한 민족의 디오니소스적 자질의 표출이며 서로 분리될 수 없다.

248쪽

지은이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년 독일 뢰켄에서 그리스도교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스승 리츨의 추천으로 25세에 바젤 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쇼펜하우어 철학과 바그너 음악에 경도되어 《비극의 탄생》(1872), 《반시대적 고찰》(1873~76)을 집필하면서 철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바그너와의 결별 이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9~80), 《서광》(1881)을 통해 독자적 사유를 모색하였으며, 1881년 실스 마리아에서의 체험 이후 《즐거운 학문》(188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85), 《선악 너머》(1886), 《도덕의 계보》(1887), 《적그리스도》(1888), 《이 사람을 보라》(1889), 《우상의 황혼》(1889) 등의 저작을 쏟아내면서 인간의 문명과 심리를 파훼한 철학자로 우뚝 섰다. 1889년 정신적 붕괴를 맞고 병상에서 지내다 1900년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 김출곤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옮긴이 | 박술

유년을 독일에서 보내고 뮌헨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육군사관학교 철학과 조교수로 근무했으며, 힐데스하임 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 니체의 《비극의 탄생》(공역),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철학 파편집》, 트라클의 《몽상과 착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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