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폴 발레리 외
  • 엮은이 윤유나
  • 옮긴이 김진경·김진준·김출곤·박술·서대경·이주환·정수윤·이지원·최성웅·최승자
  • 발행일 2018년 9월 5일
  • 판형 125×200mm
  • 면수 144쪽
  • 정가 8,000원
  • ISBN 9791196283292
  • 전자책 출간(ePub)

책 소개

외국 시를 읽는다는 것은
낯선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시인의 목소리와
그것을 전하는 번역가의 목소리
그리고 이 목소리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는 독자의 목소리,
이 세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런 몸짓으로
이런 모습으로
이런 목소리로

시가 말을 건넨다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는 특정 문학 사조나 기존의 논리를 좇아 질서 정연하게 꾸린 시집이 아니라 오로지 시가 건네는 목소리와 몸짓, 모습에 따라 흐르듯 구성한 시집이다. 시를 쓰고 시를 번역하고 시를 읽으며 오랫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이 함께 한 권의 세계 명시 선집을 엮었다. 시에 매료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다른 언어의 공간으로 훌쩍 떠났던 번역가 최성웅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언어로 쓰인 시 중에서 삼백여 편을 선별했고, 평생 한국어로 시를 쓰고 읽으면서 동시에 한국어로 옮겨진 외국 시들을 좋아해 즐겨 읽었던 윤유나가 그중 쉰다섯 편을 골라 일정한 리듬을 가진 시집으로 만들었다.

에드거 앨런 포, 아르튀르 랭보와 같이 널리 알려진 시인들의 작품과 콘스탄틴 카바피처럼 생소한 시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레온 셰스토프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철학자의 글과 화가 에곤 실레의 시, 불교 경전이 공존한다. 열 명의 옮긴이 또한 시인, 번역가 등 다양하며 옮긴이 중 한 사람이 독일어로 쓰고 한국어로 옮긴 시도 한 편 수록되었다. 처음 외국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시를 접하며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여전히 소중한 책이 될 수 있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되어 그들 모두를 서로 이어줄 수 있는 시집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세상의 낯선 목소리들
하나의 목소리에만 갇혀 있던 독자에게
언어의 생경하고도 아름다운 공간을 펼쳐 보이다

번역된 외국 시를 읽으니 한국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한국어가 낯설어지는 순간이 즐거웠다. 나만의 특별한 언어를 갖게 된 것 같았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최대한 그 본연의 호흡에 가깝게 옮기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거친 리듬이 좋았다. 그것은 내가 찾고자 했던 어떤 언어의 진정성에 닿아 있었다. 번역된 외국 시를 읽는 것은 낯선 모국어를 읽는 일이며, 또한 모국어의 순수함을 느끼는 일이었다. 외국 시를 읽다보면 한국의 시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윤유나, 〈들어가는 말〉

번역 시를 읽을 때에는 세 가지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낯선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시인의 목소리와 그것을 전하는 번역가의 목소리, 그리고 이 목소리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는 독자의 목소리. 이 세 목소리는 때로는 불화하고 때로는 놀랍도록 친밀한데, 외국 시를 읽는다는 것은 이러한 목소리들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것이다. 번역 시에만 있는 이러한 다성성(多聲性)은 평면의 종이 위에서 마치 한 편의 연극이 펼쳐지는 것과도 같다. 자칫하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무엇으로 보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안일함 속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꽃피어나고는 한다. 기획자인 최성웅과 윤유나는 외국 시가 종이 위에서 공연되는 한 편의 연극 같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이를 기준으로 시를 읽는 방식을 몸짓을 읽는 방식, 목소리를 읽는 방식, 모습을 읽는 방식으로 분류하고 작가별로 묶어 여러 겹을 지닌 외국 시들을 한데 포개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독특한 울림으로 겹쳐진다.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괴물이 탄생했다

시집의 제목인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는 아폴리네르의 시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시집은 독립출판의 형태로 단 오백 권만 세상에 나왔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라는 제목 역시 해당 시집에 실렸던 폴 발레리의 〈정다운 숲〉의 시구로, 이 시는 본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에도 실려 있다.) 2016년 ‘노동 공유형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내걸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비롯한 열 종의 시리즈 기획을 선보였던 읻다프로젝트는 어엿한 하나의 출판사로 성장하면서 어느새 처음 기획한 열 종의 ‘괄호 시리즈’를 완간하고, 새로이 ‘읻다 시인선’ 시리즈도 지금까지 네 종 출간했다.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는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아끼고 좋아하는 이들의 증쇄 요청에 힘입어 새로운 시를 보태고 새로운 콘셉트를 고민하여 내놓은 결과물이다. 읻다출판사는 독자의 응원과 격려에 보답하며 앞으로도 차근차근 ‘읻다 시인선’과 또 다른 새로운 기획을 선보일 예정이다.


목차

기획의 말 5
들어가는 말 11

이런 몸짓으로
ⅩⅩⅩⅡ 21
〈어떤 머리말〉에서 22
아침저녁으로 읽을 것 24
불쌍한 B. B. 이야기 25
전나무 숲 28
말 없는 그녀의 창백한 초상 29
제3찬가 30
시의 아마추어 32
바다 35
정다운 숲 37
나는 일요일의 휴식을 살핀다 38
미라보 다리 40
빛이 부서진다 태양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42
수녀들은 수녀원 좁은 방에 불평하지 않는다 45
파이프 46
서 48

이런 모습으로
죽지 않는 문어 55
작은 과꽃 57
심야카페 58
불의 뾰족함 60
탁자 61
구름 65
거울 67
젖은 69
신비에 대한 또 다른 설명 70
헤아림 너머 71

선과 형태 73
시인 74
도스토옙스키, 명징에 맞선 투쟁 75
코르도바의 민가 마을 77
영양, 뜻밖의 사랑 78
섬들 80
시 81
모음들 83
파종의 계절, 저녁 84
가을이 인다 86
레몬 애가 87
한 장의 나뭇잎이 있었다 88
나는 오늘 산책을 했다… 90

이런 목소리로
선술집 95
무성통곡 97
비에도 지지 않고 99
아나 블루메에게 101
나무가 모르는 것 103
제8비가 104
살해당한 것들 109
지나간 것을 좋아하나요 110
그건? 112
혼돈의 감정가 117
불확실 120
까마귀 123
며칠 후엔 눈이 내리겠지 132
물이 담긴 유리잔 134
희망 136
폭류경 139


책 속에서

이것은 내 사랑의 유정(遺精)이다. ―그렇다.
그 전부를 나 사랑했다. 그녀가 왔고, ―
나는 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그녀의 무의식을
그녀의 일하는 손을,
그 전부를 나 사랑했다
그녀를.
그녀를 드러내야 했다,
그녀가 그렇게 바라보았으며 내게
그렇게 가까웠기에. ―

이제 그녀는 떠났으며,
이제 나는 그녀의 몸을 마주한다.

23쪽, 에곤 실레, 〈말 없는 그녀의 창백한 초상〉

나는 이 방치된 사물이 내게 놀라움을 마련해두었으리라고는 미처 예기치 못했는데, 한 모금 빨아들이자마자 내가 작업해야 할 위대한 책들은 잊어버리고, 탄복하고, 감동하여, 다시 돌아오는 지난겨울을 들이마셨다. 나는 이 충실한 친구를 프랑스에 돌아온 이래 채 건드리지도 않았건만, 이제 모든 런던이, 일 년 전 오직 나 혼자서 온전히 살아낸 바로 그 런던이 모습을 드러냈다.

40쪽, 스테판 말라르메〈파이프〉

황혼이 깃드는 순간 찾아오면
모두 감탄이지 대문 아래 앉아
낮의 마지막 섬광을 바라봄은
노동의 마지막 시간을 맞이함은

바라보네 밤을 머금은 대지를
감격으로, 그의 헤진 넝마를
늙은 손으로 한 움큼 뿌려대는
고랑에 박힌 미래의 수확을

78쪽, 빅토르 위고, 〈파종의 계절, 저녁〉

…그거는 그래 천연덕스럽게도 하나의 파렴치한 멋 부리기;
그건 그거거나, 그게 아니거나: 뭣도 아니거나, 뭐거나…
(…)
예술은 나를 모르고, 나도 예술을 모른답니다. 

109~110쪽, 트리스탕 코르비에르, 〈그건?〉

네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나는 한숨을 쉬지도 울지도 않아.
너를 보고 정신을 잃지도 않지.
하지만 오랫동안 너를 보지 못하면
무언가 빠진 느낌, 누군가를 보고 싶은 갈망,
그리움에 나는 질문을 던지지,
이것이 우정일까, 사랑일까?

114쪽, 아담 미츠키에비치, 〈불확실〉

지은이
  • 앨프리드 에드워드 하우스먼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에곤 실레
  • 노발리스
  • 폴 발레리
  • 기욤 아폴리네르
  • 딜런 토머스
  • 윌리엄 워즈워스
  • 스테판 말라르메
  • 미야자와 겐지
  • 하기와라 사쿠타로
  • 고트프리트 벤
  • 쥘 쉬페르비엘
  • 폴 엘뤼아르
  • 피에르 르베르디
  • 레온 셰스토프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 블레즈 상드라르
  • 앙토냉 아르토
  • 아르튀르 랭보
  • 빅토르 위고
  • 두보
  • 다카무라 고타로
  • 로베르 데스노스
  • 빈센트 밀레이
  • 쿠르트 슈비터스
  • 박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콘스탄틴 카바피
  • 폴-장 툴레
  • 트리스탕 코르비에르
  • 월리스 스티븐스
  • 아담 미츠키에비치
  • 에드거 앨런 포
  • 프랑시스 잠
  • 루쉰

엮은이 | 윤유나

1986년 문경 출생.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옮긴이
김진경

1986년 출생. 중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티브이데일리 기자 활동 후 고향에 내려와 전통식품을 만들며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진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영문과를 거쳐 마이애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악마의 시》 《유혹하는 글쓰기》 《한밤의 아이들》 《롤리타》 등을 번역했다.


김출곤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박술

유년을 독일에서 보내고 뮌헨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육군사관학교 철학과 조교수로 근무했으며, 힐데스하임 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시와 반시》 신인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전쟁 일기》, 니체의 《비극의 탄생》(공역),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철학 파편집》, 트라클의 《몽상과 착란》이 있다.


서대경

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시와세계》로 등단해 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로 제20회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등에》 《창세기 비밀》 등이 있다.

이주환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동 대학원에서 논문 〈셀린(Céline)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학교 프랑스어 교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로베르 데스노스의 《자유 또는 사랑!》 등이 있다.


이지원

폴란드어 번역가, 미술사 박사, 큐레이터.


정수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 시집으로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이바라기 노리코의 《처음 가는 마을》, 사이하테 타히의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고전 시 와카를 엮고 옮긴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과 장편 동화 《모기소녀》가 있다.


최성웅

1984년 서울 출생.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와 해당 언어권의 문학을 가르치거나 옮기며 살고 있다. 서울에서 국문학을, 파리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베를린과 뮌헨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키토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년간, 그리고 현재는 도쿄에서 일과 병행하며 희랍어와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읻다출판사를 세워 대표로 일했다. 프랑스어권에서는 폴 발레리의 《테스트 씨》, 프랑시스 퐁주의 《사물의 편》 등을, 독일어권에서는 릴케의 《두이노 비가》 등을 옮겼으며, 스페인어권에서는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Rayuela: 팔방치기》를 작업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https://linktr.ee/monvasistas)에서 번역과 수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최승자

한국 현대시사에서 독보적으로 자기만의 시언어를 확립한 시인이다. 1952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1979년 《문학과지성》에 〈이 시대의 사랑〉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지은 시집으로 《즐거운 일기》(1984), 《기억의 집》(1989), 《연인들》(1999) 등이 있으며, 《죽음의 엘레지》(1988), 《혼자 산다는 것》(1999), 《침묵의 세계》(2001) 외 다수의 책을 번역하였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