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월트 휘트먼
  • 옮긴이 황유원
  • 원제 On the Beach at Night Alone(2007)
  • 발행일 2019년 11월 20일
  • 판형 125×200mm
  • 면수 200쪽
  • 정가 12,000원
  • ISBN 9791189433062
  • 전자책 미출간

책 소개

월트 휘트먼 200주년 기념 《풀잎》 임종판 선집

해변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우주로
흘러가는 드넓은 바다의 시

세계의 모든 항구로 가는 선원이 되는,
한 척의 배 자체, (실로 태양과 허공을 향해 펼친 나의 이 돛을 보라)
넘치도록 풍부한 단어, 넘치는 기쁨으로 돛을 한껏 부풀려 재빨리
나아가는 한 척의 배가 되는 기쁨.

〈기쁨의 노래〉 중에서

실재와 이상을 뒤섞는 광대한 해변에서 탄생한 휘트먼의 시

바다와 해변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황홀감이 있다! 바다와 해변의 단순함, 심지어 텅 비어 있음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지! 바다와 해변의 여러 방향들과 방향 없음에 의해 깨어나는 우리 내면의 그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해변에서 보낸 어느 겨울날〉 중에서

월트 휘트먼은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미국의 민주주의 정신을 가장 잘 대변하는 시인으로, 20세기 미국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단 한 권의 시집 《풀잎Leaves of Grass》을 남겼으며, 이 시집을 평생 쓰고 고치고 증보했다. 《풀잎》 초판에 대해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미국의 세속 경전들 가운데 가장 중심에 자리하는 작품”이라고 극찬했으며, 랠프 월도 에머슨은 “미국이 배출한 가장 놀라운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읻다 시인선에서 선보이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휘트먼이 남긴 시와 산문 가운데 바다와 연관된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선집이다. 미국 뉴욕주의 롱아일랜드에서 자란 휘트먼은 어린 시절부터 해변과 바다를 몹시 사랑했다. 그는 해변을 거닐고 바다를 바라보며 ‘물’에 대한 책을 쓰고자 마음먹기도 했다. 비록 한 권의 책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휘트먼은 바다를 노래하는 작품을 여러 편 남겼다. 그는 《풀잎》을 열두 개의 큰 ‘덩어리cluster’로 구분하면서 다섯 번째 덩어리인 ‘해류Sea-Drift’에 바다와 해변에 대한 시들만을 따로 모아놓았다. 이번 선집은 《풀잎》의 ‘해류’ 편에 실린 모든 시와 그 밖에 바다와 해변을 소재로 한 시들, 그리고 휘트먼의 산문집 《표본적인 날들Specimen Days & Collect》에서 바다와 해변과 관련된 산문 세 편을 뽑아 엮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황유원 시인이 번역을 맡아, 오랜 시간을 들여 섬세한 감각으로 휘트먼의 시어를 우리말로 옮겼다.

사색의 공간, 생명의 공간, 위안의 공간이었던 휘트먼의 바다

이 지구상에, 혹은 다른 별에 존재해왔거나, 존재할지도 모를, 모든 주체적 존재들을,
모든 산 것들과 죽은 것들, 모든 과거, 현재, 미래를,
이 거대한 유사성은 서로 이어지게 하고, 언제나 이어지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지게 하여 그것들을 꼭 끌어안은 채 빽빽이 에워싸주리라.

〈밤의 해변에서 혼자〉 중에서

휘트먼이 남긴 바다와 해변에 관한 시들을 보면, 그에게 바다와 해변은 하나의 근원적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 인간으로서, 사색하는 한 주체로서, 시인으로서 자각하는(부름 받는) 공간이자 무한한 상상력과 세계(우주까지 뻗어가는)에 대한 갈망이 발원하는 공간이었다. 휘트먼은 산문 〈해변에서의 공상〉에서 이와 같이 적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데 있어 어떤 특별한 서정시적, 서사시적, 문학적 시도 대신에 해변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고, 지배적인 기준과 척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황유원 시인은 휘트먼에게 있어 해변과 바다의 의미에 대해 “고정적인 존재로서의 육지와 유동적인 존재로서의 바다가 만나는 장소라는 해변의 상징성은 그 자체로 휘트먼 시 세계의 정신이 되었고, 반복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파도의 힘과 리듬은 그대로 그의 문체가 되었다. 해변과 바다는 휘트먼이 어떤 시를 쓰든 늘 그 기저를 이루는 결정적인 두 요소가 된 셈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휘트먼에게 해변은 위안의 공간이기도 했다. 휘트먼은 “앞선 파도는 바싹 뒤따르는 파도를 위로”하고 “뒤따르는 또 다른 파도를 껴안고 토닥여, 모두가 친밀”하다고 노래한다. 또한 해변을 ‘잔물결이 밀려와 끊임없이 씻겨주는 곳’으로 보기도 한다. 산문 〈해변에서 보낸 어느 겨울날〉에서 그는 말한다. “펼쳐지는 파도와 회백색 해변, 소금, 단조롭고 무의미한 풍경 – 예술, 책, 대화, 우아함이 완전히 부재한 풍경. 그 풍경은 심지어 이 겨울날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위안을 주고 – 엄숙하지만 무척이나 은은한, 매우 영적인 풍경이다 – 내가 지금껏 읽고 보고 들어온 모든 시와 그림과 음악보다 더욱 미묘한, 지각할 수 없는 감정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휘트먼은 《풀잎》에서 개인과 집단, 인간의 육체, 초월적 우주에 대한 예찬을 이어가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수록한 ‘해류’ 편에 이르러 깊은 상실감과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종국에 그는 이러한 절망감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새’가 되고 때로는 ‘배’가 되어 먼 바다로 나아가며,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우주가 하나의 흐름 속에 맞물려 흘러가는 경지에 도취한다. 2부에 실린 〈인도로 가는 항로〉와 〈조용히 인내하는 거미 한 마리〉를 거치면서 바다는 우주로 확장되고, 이는 휘트먼의 시 세계에서 바다의 이미지가 얼마나 무한하고 감각적으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풀잎》이 휘트먼 시 세계의 한 완성을 보여준다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휘트먼의 영혼의 목소리를 한층 가까이 들려주는, 내밀하고도 아름다운 고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례

1부 밤의 해변에서 혼자

끝없이 흔들리는 요람으로부터 9
내가 생명의 대양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때 35
눈물 47
군함새에게 49
배에 올라 키를 잡고서 53
밤의 해변에서 55
바다 밑 세계 61
밤의 해변에서 혼자 65
모든 바다와 배를 위한 노래 69
바네갓을 순찰하며 75
해선海船을 따라 79

2부 바다와 기쁨의 노래

바다 위 선실이 딸린 배에서 83
기적 87
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저 음악 91
기쁨의 노래 93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서쪽을 마주 보며 121
굽이치는 대양의 무리로부터 123
인도로 가는 항로 127
조용히 인내하는 거미 한 마리 167

부록

포마노크,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나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171
해변에서 보낸 어느 겨울날 181
해변에서의 공상 187

해설 | 우주로 흘러가는 드넓은 바다의 시 191


책 속에서

나를 향해 노래했던 새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그대 슬픈 형제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내가 들은 변덕스레 오르락내리락하던 노래로부터
뒤늦게 떠올라 마치 눈물로 차오른 듯하던 노란 반달 아래로부터
안개 속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던 열망과 사랑의 노랫소리로부터
내 마음의 그칠 줄 모르던 수많은 응답으로부터
그것이 자아낸 무수한 말들로부터
그 무엇보다 더 강하고 유쾌한 그 말로부터

〈끝없이 흔들리는 요람으로부터〉 중에서

지금 같은 순간, 그들이 그 광경 다시 찾기 시작하고
한 무리처럼, 지저귀면서, 떠오르면서, 혹은 머리 위로 지나가면서
모든 게 나를 비켜가버리기 전에, 서둘러
한 사내, 그러나 이 눈물로 인해 다시 소년이 되고 만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 놓는, 바로 지금 같은 순간으로부터
고통과 기쁨을 노래하는 자, 이 세상과 저세상을 잇는 자인 나는,
나 자신을 모래밭에 내던지며, 파도와 맞서며,
모든 암시를 알아차리고 이용하며, 그러나 그것들 재빨리 뛰어넘으며,
한때의 추억을 노래한다.

〈끝없이 흔들리는 요람으로부터〉 중에서

아리아는 가라앉고
다른 모든 것들은 계속 이어지고, 별들은 빛나고
바람은 불어오고, 새의 노랫소리는 계속해서
사나운 노모의 끊임없는 신음처럼 성난 신음으로 메아리치고
바스락거리는 잿빛 포마노크 해변의 모래밭 위로
커다래진 누런 반달은, 축 늘어지고, 아래로 처져, 바다의 수면에 거의 닿을 듯하고
황홀경에 빠진 소년이, 맨발을 파도에 담그고, 머리카락을 대기 중에 흩날리고 있을 때
가슴속에 오래 갇혀 있던 사랑은, 바야흐로 풀려나, 이제 마침내 격정적으로 터져 나온다

〈끝없이 흔들리는 요람으로부터〉 중에서

오 당황하고 좌절해 땅바닥에 무릎 꿇은 채
나 자신이 감히 입을 열려 했다는 사실에 풀이 죽는다
그 울림 내게로 되돌아오는 그 모든 허튼소리들에 둘러싸인
나는 내가 누구이고 무엇인지 단 한 번도 알지 못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내 모든 오만한 시들 앞에 서 있는 진정한 나는 여전히 만져지지 않은 채, 이야기되지 않은 채, 전혀 도달되지 못한 채
멀찍이 물러나, 조롱 어린 축하의 몸짓과 인사로 나를 놀리며
내가 쓴 모든 단어들을 야유하는 큰 웃음 멀리서 터뜨리며
침묵 속에 이 노래들 가리키고는, 이어서 아래의 모래를 가리키고 있으니.

나는 진정 그 무엇도, 단 하나의 대상도 이해한 적 없었다는 걸, 그리고 그 어떤 인간도 그리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바다의 모습을 한 이곳의 자연은 나를 이용해 나를 쏘고 찌른다
내 감히 입을 열어 조금이라도 노래하고자 하였기에.

〈내가 생명의 대양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때〉

노모가 목 쉰 노래 부르며 앞뒤로 몸 흔들 때
나는 별들이 환히 빛나는 모습 바라보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온 우주와 미래의 비밀을 풀 열쇠에 대해 생각한다.

거대한 유사성이 만유萬有를 서로 맞물리게 하는구나
성숙하고, 미성숙하고, 작고, 커다란 모든 천체天體들, 태양, 달, 행성 들을,
끝없이 광범위한 공간의 모든 거리들을,
모든 시간의 간격들, 무생물인 모든 형태들을,
비록 서로 완전히 다르거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일지라도 모든 영혼들과 모든 살아 있는 육신들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중에서

그러나 오 내 지고의 영혼이여!
그대는 깊은 생각에 잠기는 기쁨을 아는가?
자유롭고 외로운 마음, 연약하고도, 침울한 마음의 기쁨을?
홀로 산책하기, 고개는 조아리나 자존심 강한 정신, 괴로운 일과 몸부림치는 일의 기쁨을?
시합에서 비롯된 격렬한 통증, 황홀경, 낮이나 밤의 엄숙한 명상에서 오는 기쁨을?
죽음, 거대한 영역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색에서 오는 기쁨을?
더 낫고 더 고결한 사랑의 이상理想, 성스러운 아내, 달콤하고, 영원하고, 완벽한 동료에 대한 예언의 기쁨을?
오 영혼이여 그대 스스로가 지닌 모든 불멸하는 것들의 기쁨, 그대에게 어울릴 법한 기쁨을.

〈기쁨의 노래〉 중에서

오 이제부터 새로운 기쁨의 시와 같은 삶을 누리는 기쁨!
춤추고, 박수치고,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소리치고, 깡충깡충 뛰어오르고, 계속 나아가면서, 떠다니는 기쁨!
세계의 모든 항구로 가는 선원이 되는,
한 척의 배 자체, (실로 태양과 허공을 향해 펼친 나의 이 돛을 보라)
넘치도록 풍부한 단어, 넘치는 기쁨으로 돛을 한껏 부풀려 재빨리 나아가는 한 척의 배가 되는 기쁨.

〈기쁨의 노래〉 중에서

앞으로 나아가라—오로지 깊은 바다 향해서만 배를 몰아라,
무모하도다 오 영혼이여, 내가 그대와 함께하는, 그리고 그대가 나와 함께하는, 이 탐험은,
우리는 지금껏 뱃사람들이 감히 가려 하지 않았던 곳으로 가고 있으니,
그리고 우리는 이 배, 우리 자신과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할 것이니.

오 나의 용감한 영혼이여!
오 멀리 더 멀리 나아가라!
오 위험한 기쁨이여, 하지만 안전하다! 그것들은 모두 신의 바다가 아니던가?
오 멀리, 더 멀리, 더욱 먼 곳 향해 나아가라!

〈인도로 가는 항로〉 중에서

나는 온화한 계절이면 매주 정기적으로 코니아일랜드를 찾았다. 그 당시 그곳은 인적이 드물고 헐벗은, 긴 해안이었다. 그곳은 온통 내 차지였으며, 나는 그곳에서 헤엄을 친 후 단단한 모래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길 즐겼고, 파도와 갈매기들에게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를 몇 시간이고 읊어주길 즐겼다. 하지만 지금 나는 너무 급히 앞서나가고 있다. 내 기억의 궤적 속에 더 많은 것들을 간직해두어야만 한다.

〈포마노크,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나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중에서

바다와 해변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황홀감이 있다! 바다와 해변의 단순함, 심지어 텅 비어 있음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지! 바다와 해변의 여러 방향들과 방향 없음에 의해 깨어나는 우리 내면의 그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펼쳐지는 파도와 회백색 해변, 소금, 단조롭고 무의미한 풍경—예술, 책, 대화, 우아함이 완전히 부재한 풍경. 그 풍경은 심지어 이 겨울날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위안을 주고—엄숙하지만 무척이나 은은한, 매우 영적인 풍경이다—내가 지금껏 읽고 보고 들어온 모든 시와 그림과 음악보다 더욱 미묘한, 지각할 수 없는 감정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해변에서 보낸 어느 겨울날〉 중에서

지은이 |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1819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 때 학업을 그만두고 인쇄소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이후로는 독학으로 지식을 쌓았다.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교사가 되었으며, 5년간 학교에서 일한 뒤 언론사에서 활동하며 시와 소설을 썼다. 1841년 《프랭클린 에반스》, 1842년 《한 아이의 챔피언》 등 소설을 발표하며 《뉴욕 오로라》의 편집자로 일하던 시기에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연과 시인의 능력’이라는 강연에 감명받아 자유시 형식의 시 쓰기에 전념한다. 1855년 7월, 제목 없는 열두 편의 시를 실은 《풀잎》 초판을 자비로 출판했는데, 에머슨이 이 시집을 극찬하여 시인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휘트먼은 《풀잎》을 생명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찬양을 담은 ‘아담의 아이들’, ‘창포’, 남북 전쟁의 경험을 담은 ‘북소리’, 해변과 바다의 시들을 담은 ‘해류’ 등의 여러 ‘덩어리cluster’로 나누며 ‘임종판deathbed edition’이라 불리는 1891~1892년 판본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쳐 수정과 증보를 거듭했다.


옮긴이 | 황유원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세상의 모든 최대화》,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옮긴 책으로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공역), 《예언자》, 《소설의 기술》, 《모비 딕》, 《올 댓 맨 이즈》 등이 있다. 제34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