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를 가진 바보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노성두 옮김

어디 가나 바보들이 발에 차이네.
저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눈이 멀어서
억지를 써서 지혜를 얻으려 하네.
누가 보나 불을 보는 것처럼
어리석음이 빤히 보이는데도
대놓고는 “자네 바보로군.” 하고 말 못하네.
위대한 지혜를 가꾼다며 큰소리치지만
허울 좋은 멍청이일 뿐일세.
남들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하면서
자화자찬에는 날이 새겠네.
현자는 말하네,
제 입으로 저를 칭찬하는 말에는 구린내가 난다고.
자기 말고 아무도 안 믿는 사람은
바보, 멍청이, 얼간이일세.
그러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 뒤에는
늘 칭송이 따라다니네.
군주가 별과 같은 지혜로
다스리는 나라는 복이 있으니,
충언을 귀담아 듣고 때를 맞추어 식사하며
욕심을 내거나 탐욕을 부리지 않네.
나이 어린 군주를 섬기는
나라는 불행하다네.
그런 나라의 고관대작들은 이른 아침부터 잔치 타령이니
지혜의 노고를 우스워한다네!
가난하지만 지혜로운 소년은
언제고 인생이 피어나지만,
늙고 어리석은 임금은
앞날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다네.
바보들이 득세하면
의로운 사람들이 딱한 처지에 빠진다네!
그러나 바보들이 망할 적에
의로운 사람들은 오롯이 남겠네.
의인이 주군이 되면
나라는 만방의 칭송을 받지만,
바보가 권좌에 앉아 다스리기 시작하면
다 함께 그릇된 구렁에 빠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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