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7년 6월 19일(월) 오후 8시
장소 : 위트 앤 시니컬 합정
진행 : 주현진 번역가, 백은선 시인
신청 : https://frente.kr/product?pa=1087

앙리 미쇼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어진 온갖 구획 을 날려버리려는 지난한 몸부림을 읽는 것과도 같다.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것을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기 위한 글쓰 기. 현실을 재현하거나 모방하기 위해서 쓰는 시가 아니라 시 자체가 세상의 폭력과 맞서는 힘이 되는, 그 자체가 폭력인 글쓰기.

김혜순, <추천의 말> 중에서


노젓다
(백은선 낭독)
앙리 미쇼 지음, 김현 옮김

네 이마를 네 배를 네 삶을 나는 저주했다
네가 걸어다닌 거리를
네가 만진 것들을 나는 저주했다
나는 저주했다 네 꿈의 내부를

네 눈에 웅덩이를 파 못보게 하고
네 귀에는 곤충을 넣어 못듣게 하고
네 뇌에는 스폰지를 넣어 이해 못하게 했다

나는 네 육체의 넋을 죽였으며
네 깊은 삶을 동결시켰다
네가 숨쉬는 공기는 너를 숨막히게 하고
네가 숨쉬는 공기는 굴 속의 공기 같다
벌써 내쉰 공기 하이에나가 버린 공기다
이 썩은 공기를 아무도 숨쉴 수 없다

네 육체는 축축하고
네 살갗은 공포에 질려 땀을 흘린다
네 겨드랑이에서는 멀리서도 묘지냄새가 난다

동물들이 네 길목에 서있다
밤마다 개들은 네 집쪽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너는 도망갈 수 없다
꼼짝달싹할 수 없다
피곤해서 네 몸은 납덩이 같다
네 피곤함은 긴 隊商이며
네 피곤함은 먼 나라까지 간다
네 피곤함은 표현할 수 없다

네 입이 너를 깨물고
네 손톱이 너를 긁어대며
네 마누라도 곁에 붙어 있지 않는다
네 형제도 그렇다
그의 발바닥을 화난 뱀이 물어뜯는다

네 새끼에게 욕을 해댔다
네 딸네미의 웃음에 욕을 해댔다
네 거처 앞에서 욕을 하며 지나갔다

모두 모두 너에게서 멀어져간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네 삶의 반대쪽으로 노젓는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수많은 뱃사공으로 불어난다
네 반대쪽으로 더 세게 노젓기 위해

너는 파도 속에 떨어진다
숨결도 없다
꼼짝하기도 전에 너는 지친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노젓는다

너는 취해, 노새 꼬리에 붙어 간다
하늘을 가로막고
파리떼들을 부르는 거대한 파라솔 같은 취기
반원형의 운하의 굉장한 취기
잘 안 들리는 반신불수의 시작
취기가 너를 떠나지 않는다
왼쪽으로 눕히고
오른쪽으로 눕히고
자갈 많은 길바닥에 눕힌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너에 반대하여 노젓는다
고통의 집에 너는 들어간다

나는 노젓는다
나는 노젓는다
검은 띠 위에 네 행동이 기록된다
외눈박이 말의 크고 흰 눈 위로 네 미래가 굴러간다

나는 노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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