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다자이 오사무
  • 옮긴이 정수윤
  • 발행일 2020년 10월 19일
  • 판형 132×225mm
  • 면수 460쪽
  • 정가 22,000원
  • ISBN 9791189433147
  • 전자책 미출간


책 소개

다자이 오사무, 국내 첫 번역 서한집
“한밤중에 홀로 일어나
흐트러진 마음 그대로 우체통에”

인간 실격자, 다자이 오사무

읻다의 서한집 시리즈 ‘상응’ 두 번째 도서인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은 일본의 대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서한을 엮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한국에서도 《사양》, 《인간 실격》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많이 거론되고 읽히는 작가이다. 그 작품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연약함과 순수함은 다자이 오사무 자신이라 평가되는데, 이 서한집에서 드러나는 그의 삶을 지켜보다 보면 누구나 그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서한집에서 작가의 세속적인 가십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우스웠는지 캐내어 우쭐대려는 것도 아니다. 작가의 거짓 없는 꾸준한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편지를 쓴 무렵의 작품을 함께 읽으며, 작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함이다.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함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에는 작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으며, 대표 작품들의 탄생 비화도 함께 읽을 수 있다. 그는 여러 지인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문학적 고뇌에 휩싸이기도 하고, 애정을 갈구하고, 문학계에 절망하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패전 후 일본의 상황과 자신의 빈곤한 처지를 자조하며 자기 환멸을 느끼는 그의 모습은 일찍이 작품 속 인물에게서 익히 본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실격자’나 ‘멸망의 백성’이라 내뱉으면서도 내면으로는 삶의 집념과 창작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그 쓸쓸하고도 외로운 고투가 서한 곳곳에 담겨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이에게는 시를 쓸 권리가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소설가이자 고향 친구인 곤 칸이치, 당시 문단에서 주목받던 작가 이부세 마스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 여러 문학인 또는 출판인과 서한을 주고받았다. 아쿠타가와 상을 받지 못해 좌절하는 편지부터 차기작을 기획하는 편지까지, 그의 문학이 누구에게 영향을 받아 어떻게 이뤄졌는지 엿볼 수 있다.
전후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깊어진 그의 문학적 통찰은 여러 대작을 탄생시켜 일본 근대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문학으로, 쓰는 행위로 삶의 의지를 다졌던 다자이 오사무. 그의 책을 읽으려 한다면, 이 서한집을 곁에 두시기를 권한다. 이 서한집이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되어줄 것이다.


차례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부록 · 다자이 오사무 자필 노트

옮긴이의 말
다자이 오사무 연보


책 속에서

필요한 것은 지혜가 아니었어. 사색도 아니었다. 학문도 아니었고. 포즈도 아니었다. 애정이다. 푸른 하늘보다 깊은 애정이다. 

<1935년 8월 31일> 중에서

하지만 나의 작품을 아주 천천히 읽어보게. 
역사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야. 
내가 나서서 이런 말을 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일세. 
나는 혼자서 감격하고 있어. 
그것만큼은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네. 

<1935년 9월 22일> 중에서

가을의 추위가 오장육부에 스민다. 나, 아직도 유배지에서 달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야. 

<1935년 9월 22일> 중에서

살아 있는 동안은 비참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이 난관을 홀로 뚫고 나갈 각오이니 안심하십시오. 

<1935년 10월 31일> 중에서

만물은 그치지 않고 움직인다. 물의 흐름이다. 인간의 의지로는 아무리 해도 막을 수 없는 게 이 세상에는 있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당신에게 슬픈 인연을 느낀다. 
“태어난 것부터가 이미 잘못의 씨앗이었다.”
나는, 요 며칠, 당신이라는 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 

<1935년 11월 모일> 중에서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난, 우리 세대 친구들을 믿고 있어. 어디에선가, 부끄러울 정도로 악수를 나누고 있을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구나.  

<1935년 12월 4일> 중에서

‘건배! 내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박수.) 제가 한 살 때지요.’

<1935년 무렵> 중에서

재주도 없는 말더듬이 두메산골 촌놈, 적어도 좋은 작품을 바치겠습니다. 달리 다른 기술도 없습니다. 무지하게 부끄럽고 이리 한 줄 한 줄 적어나가는 사이 이윽고 부끄러움은 열 배 스무 배 쌓여서, 아아 이 부풀리는 말버릇, 요코미츠 리이치도 울고 갈 서투른 글씨여, 다시 쓰자, 다시 써, 하고 스스로를 꾸짖는 중입니다. 

<1936년 2월 20일> 중에서

걸작이란, 소설 한 편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한 작가가 10년을 걸어온 길에 바치는 형용사라고 생각해.

<1936년 5월 15일> 중에서

산발한 머리가 한 뼘 정도 길었습니다. 
친구에게 보여준 뒤 자르려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1936년 5월 모일> 중에서

하루하루 밝게 산다면 자살은 무슨, 주사는 무슨.
붉은 유리 풍경 하나에도, 살아 있다는 기쁨, 느낍니다, 육친의 사랑을 모르는 아이입니다.

<1936년 6월 20일> 중에서 

고통스러운 1년을 보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온 것만이라도 칭찬해주십시오.
요즘 다소 빈궁하여 쓰기 힘든 편지들만 수없이 쓰고 있습니다.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1936년 6월 29일> 중에서 

저는 지금 몸을 해쳐 누워 있습니다. 하지만 죽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조금도 일다운 일을 남기지 못했고, 마흔이 되어서야 어떻게든 겨우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마흔까지는 살아 있을 생각입니다. 

<1936년 7월 6일> 중에서 

아쿠타가와 상을 놓친 타격, 이해가 안 돼서 물어보고 있어. 견딜 수가 없는 일이네. 썩어문드러진 문단, 질려버렸다. 

<1936년 8월 12일> 중에서 

자살한 뒤에 “그만큼 힘들었다면 귀띔이라도 해주지”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바로 그, 귀띔의 말, 
요즘 제가 하는 모든 말이 그러합니다.  

<1936년 9월 19일> 중에서 

산 위에서 설교하는 차라투스트라 흉내를 내며 또 피를 토했어. 

<1936년 10월 4일> 중에서

이삼 년, 아니 오륙 년, 일본에는 우리의 황금시대,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마음이 여유로워졌네. 자신이 있기 때문이야. 분명 이길걸세. 확신이 있어. 우리가 망할 이유가 조금도 없지 않은가. 그때까지 우리, 유연하고 단호하게, 갈고 닦으세. 유연하게, 라네.

<1938년 11월 26일> 중에서 

지금으로선 나, 오래 살 생각이야. 앞으로 이삼 년 안으로는 어엿한 어른스러운 작품을 완성시키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아직 내 심경이 충분치 않아. 언어에 자신이 없어. 부끄럽게 생각해.

<1939년 3월 8일> 중에서 

살아 있는 모든 이에게는 시를 쓸 권리가 있습니다. 
천진난만하게 사시기를. 

<1941년 12월 4일> 중에서 

괴로운 일도 있겠지만, 문학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건 문학의 비료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942년 11월 5일> 중에서

우리의 세계관은 앞으로 새로이 만들어나가야만 합니다. 새로이 닥칠 현실은 쉽지 않을 겁니다. 경박한 시류에 휘둘리지 말고 씩씩하고 시원스레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1946년 1월 11일> 중에서 

또 타락한 모양이군. 어차피 인생, 그야말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애초에 지옥이고, 즐거울 리가 없지만 말이지. 

<1946년 4월 22일> 중에서 

인간을 걱정하고, 인간의 쓸쓸함과 외로움과 괴로움에 민감한 일, 이것이 상냥함이며, 또한 인간으로서 가장 뛰어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상냥한 사람의 표정은, 언제나 부끄러움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부끄러움으로, 저와 제 몸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말도 꺼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에 ‘문화’의 본질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화’가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것은 연약하며, 늘 지는 것입니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을 ‘멸망의 백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지고 멸망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중얼거림이 우리의 문학이 아니겠습니까.
어째서 인간은 스스로를 ‘멸망’이라고 딱 잘라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1946년 4월 30일> 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원래 시시한 일입니다. 저는 지금도 남몰래 계속 그리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이지 시시합니다. 역시 이 세상은 자신의 자부심도, 동경심도, 주장도 모두 버리고, 시시한 주변 사람들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끝마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1946년 8월 10일> 중에서 

가장 자신 있어야 할 ‘글’을 쓰는 일이, 사실은 가장 하기 어려운 이 비극, 제가 바로 그러합니다.

<1946년 10월 모일> 중에서

좋은 인간은 학식 있는 사람보다, 재능 있는 사람보다, 고귀한 존재입니다. 늘 언행을 조심하세요. 

<1947년 10월 30일> 중에서 

지은이 | 다자이 오사무

본명 쓰시마 슈지津島修治. 1909년 6월 19일 아오모리현 북쓰가루군 가나기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오모리중학교, 히로사키고등학교 재학 중 문예지를 창간, 대지주인 자기 집안을 폭로하는 《무간나락》을 발표했다. 1936년 첫 창작집 《만년》을 출간하며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지만 주목받지는 못했다. 1939년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 후 《달려라 메로스》, 《여학생》, 《정의와 미소》 등을 발표하며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전쟁 시절에는 《쓰가루》, 《옛날이야기》, 《우대신 사네토모》와 같은 여행기와 시대물을 발표하며 국가의 검열을 피했다. 1947년 《사양》을 출간하며 전후 사상적 공허감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이듬해 1948년 다자이 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 《인간 실격》을 완성하고, 책의 출간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연인과 함께 강에 뛰어들어 서른아홉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인생에서 다섯 번째 자살 시도였다.


옮긴이 | 정수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 시집으로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이바라기 노리코의 《처음 가는 마을》, 사이하테 타히의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고전 시 와카를 엮고 옮긴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과 장편 동화 《모기소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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