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루이페르디낭 셀린
  • 옮긴이 이주환
  • 발행일 2022년 4월 27일
  • 판형 125×200mm
  • 면수 184쪽
  • 정가 15,000원
  • ISBN 9791189433505
  • 전자책 미출간

책 소개

20세기 프랑스 문학사의 문제적 작가 셀린,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그가 세상에 내놓은 ‘산산조각 난’ 소설

책방 주인이라면 모두들, 이렇게 말할 겁니다, 《밤 끝으로의 여행》을, 재고로라도, 한 권이라도 들여놓느니 차라리 상점 문을 닫아버리겠다고요! 그리고 나는 1932년부터 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어요, 나는 위반자에, 배신자에, 인종 학살자, 예티Yeti도 모자라서… 아예 입에 올려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지요!… 오, 그렇지만 그런 나를 벗겨먹는 건 괜찮답디다! 당연하지요! 탈탈 털릴 때까지! 셀린 씨는 뭐 때문에 불만이랍니까?… 그런 수치스러운 인간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는 존재한 적도 없어요!…

본문 중에서

알베르 카뮈, 마르셀 프루스트와 더불어 20세기 프랑스 문학사에 주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Y 교수와의 대담》이 읻다의 산문 문학 시리즈 텍스투라 두 번째 책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본명은 루이 페르디낭 데투슈(Louis Ferdinand Destouches)이며, 1932년 어머니의 성에서 따온 ‘셀린(Céline)’이라는 필명으로 민족주의와 식민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는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을 발표하고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자본주의를 공격한 소설 《외상 죽음》, 공산주의 체제를 낱낱이 비판한 소설 《내 탓이오》를 연달아 발표하며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신랄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주의를 부정하며 프랑스 문단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오늘날 셀린이라는 이름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가 공공연히 반유대주의를 표명한 이후 문단과 강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1944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된 뒤, 그는 대독 부역자로 단죄를 받아 덴마크 감옥에 수감되었다. 형기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와 신작 소설을 발표하기 전 일종의 홍보용으로 기획한 작품이 바로 《Y 교수와의 대담》이다.

“이제 당신에게 내 인터뷰어, Y교수를 소개합니다.”
충돌과 반복의 글쓰기로 선보이는 한 편의 블랙 코미디

소설의 구조는 단촐하다. 문학의 자리가 묘연해진 20세기 중반, 파리. 화자로 등장하는 셀린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출판사 갈리마르의 편집자로부터 ‘일하기’를 권유받고 공원에서 인터뷰어인 ‘Y 교수’를 만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Y 교수’는 자신은 교수가 아니라 비밀리에 활동 중인 ‘레제다 대령’임을 밝힌다.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레제다 대령’이 실금하고 종국에는 작가 셀린을 맹목적으로 찬양하기에 이르기까지. 셀린의 기획하에, 셀린이 묻고, 셀린이 답한 것임을 고려할 때 이것은 그가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1인극에 다름없다.

웃음 끝에는 이 작품이 ‘그 정도로 중요한 글’이 아니지만 끝내 탈고해 내는 셀린의 집요함에 대해 질문하게 될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그러나 시종일관 높은 자세로 셀린은 이 책을 읽게 될 출판계의 속물적인 태도를, 문단의 게으름을, 대중의 우매한 취향을 비난한다. 정치적 스캔들로 자신의 명성과 신뢰를 모두 잃은 곳에 돌아와 그는 왜 이토록 핍진한 세태 묘사를 이어간 것일까. “무엇이, 어떤 아쉬움이 작가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하는가?”

“은폐를 위한 노출, 진정성을 위한 위장”

“셀린은 언어로 전달되는 ‘메시지’를 믿지 않는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감정’이다. 그런데 감정을 ‘직통’으로,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왜곡을 피해야 한다.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매끈한 문장들은 부르주아의 문장이고, 거짓의 문장이다. 그래서 그는 산산조각 난 문체를 ‘발명’해 낸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작은 발명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말이죠! 나는 아주 사소한 기법 하나를 발명해 냈을 뿐입니다! 딱 하나, 하나의 기법이요!…

본문 중에서

드러나 있는 기표로만 셀린을 이해한다면 1930년대 프랑스의 정치 인사들이 그러했듯, 그의 작품을 오독하게 될 것이다. 점 세 개와 지나치게 많은 강조로 이루어진 이 시끄러운 소설은 전체가 하나의 메타적 실험과 같다. 그의 법칙에 따르면 문어에서 언어의 왜곡을 피하고 ‘날것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서정 작가는 자신의 ‘나’를 더럽히고 또 대중으로부터 떨어트려 놓아야 한다. “은폐를 위한 노출, 진정성을 위한 위장.” 여기에 셀린의 아이러니가 있다고 옮긴이는 말한다. 작가는 죽을 때까지 펜을 놓지 않으며 이 ‘딱 하나의 기법’에 천착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생의 명암을 선명하게 목격한 그에게 글쓰기를 통한 “불가능한 진정성의 실현”이란, 그가 찾아낸 돌파구이자 자구책이었기 때문이다.

《Y 교수와의 대담》은 서로 모순되는 것들을 자신의 작품 세계 안에 한데 공존시키는 작가의 다소 난해하고 산발적인 궤적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전간기 문학 연구에 관심을 이어온 전문 번역가 이주환은 셀린 특유의 정돈되지 않은 투박한 문체를 최대한 살려 옮겼으며 읻다에서 셀린의 대표작인 《밤 끝으로의 여행》을 출간할 예정이다.


차례

Y 교수와의 대담

옮긴이의 말


책 속에서

“문어에서의 감정 구현이죠!… 문어는 바싹 말라 있었어요, 거기에 감정을 되돌려준 것은 바로 나란 말입니다!… 말씀드리는 것처럼!… 내 맹세컨대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이제부터는 어떤 머저리라도 “글을 써서” 당신을 감동시킬 수 있다니까요, 그런 기법이고, 마법입니다!… “구어의” 감정을 글쓰기를 통해 되찾는 일이에요!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보잘것없긴 하지만, 그래도 업적은 업적이에요!…”
“그로테스크한 우쭐함이군요!”

24-25쪽

“당신 얘기대로라면, 이제 소설가에겐 무엇이 남은 건가요?”
“정신 박약자들이요… 축 늘어진 사람들 있잖아요… 신문도 안 읽고, 영화관에도 거의 안 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졸작’ 소설은 읽는다고요…?”
“물론이죠!… 특히, 자기들 서재에 틀어박혀서!… 거기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겁니다!… 가지려고 갖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런 독자들이 얼마나 있나요?”
“아! 100명 기준으로 70… 80명은 될 겁니다.”

28-29쪽

이제 명백하지 않습니까!… ‘서정’이 작가를 죽입니다, 서정 작가는, 신경증으로, 동맥경화로, 그리고 만인에게서 오는 적대감으로 살해당합니다…

29-30쪽

그들이 사랑하는 것은 오직 거짓뿐이라고요!… 문화가 다르고, 정체가 다르고, 풍토가 달라도 이 점은 변함이 없어요!… 요컨대, 그가 어디서 사는 사람이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거짓, 자신의 졸작이 필요한 겁니다!…

35쪽

“직통 노선입니다!… 특별 노선입니다! 지하철 선로를 그렇게 두들겨놓는답니다, 내가! 고백하건대!… 그 뻣뻣한 철길을!… 땅땅거리고 두들기지요!… 더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잘 뻗어간 저 문장들 말고는… 아무것도!… 문체, 문체라고요!… 나는 철길을 특정한 방식에 따라 휘어놓습니다, 승객 여러분이 꿈속에 잠기도록 말이죠… 그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무엇… 대령, 매력과, 마법과, 폭력 말입니다!… 고백하건대!… 승객들은 몽땅 집어삼켜져 있습니다, 감금되어 있지요, 이중 잠금으로! 모두가 내 감정의 열차 안에!… 점잔 빼는 건 금지예요!… 나는 점잔 빼기를 참아줄 수 없어요! 아무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안 돼요! 안 돼요!”

114-115쪽

““감정적으로 된” 천재! 문예대혁명!”
“그리고요? 그리고 또 뭐가 있었죠, 대령?”
“그리고 마침내 셀린이 오셨다!”
“좀 더 뜨겁게요, 대령! 그렇게 설렁설렁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자, ‘셀린’이라고요! 가슴에 새겨두세요! 믿으세요! 믿음을 갖고, 대령! 다시 한번!”
“마침내 셀린이 오셨다!”

151-152쪽

대담집으로 발표될, 내 글 전체를… 하나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모자랍니다!…아아!… 아!… 근데… 아니다… 어쨌든, 별일 일어날 리가 없습니다… 그럴 거예요! 이건 그 정도로 중요한 글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171쪽

지은이 | 루이페르이낭 셀린(Louis-Ferdinand Céline)

본명 루이페르디낭 데투슈(Louis-Ferdinand Destouches). 1894년 5월 27일 파리 교외의 쿠르브부아에서 태어났다. 1932년 어머니의 성에서 따온 셀린이라는 필명으로 민족주의와 식민주의를 맹렬히 비판하는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을 발표하고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1936년 자본주의를 공격한 두 번째 소설 《외상 죽음》을 발표하고, 같은 해 러시아 여행을 다녀와 공산주의 체제를 낱낱이 비판한 정치 팸플릿 《내 탓이오》를 발표했다. 이후 반유대주의를 공공연히 표명한 탓에 문단과 강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프랑스가 해방된 뒤에는 대독 부역자로 단죄를 받아 덴마크 감옥에 수감되었다. 형기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와 집필을 계속하며 소설 《Y 교수와의 대담》, 《이 성에서 저 성으로》 등을 발표했다. 자신이 마주한 모든 주의에 대해 비판을 이어나갔으며, 마지막 작품 《리고동》을 탈고하고 1961년 7월 1일 사망했다.


옮긴이 | 이주환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동 대학원에서 논문 〈셀린(Céline)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학교 프랑스어 교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로베르 데스노스의 《자유 또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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