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신광복·문규민·김지은·안연희·조태구·심효원·유상운·전현우·서보경·권용란·최치원·배세진
  • 기획위원 김영욱·박동수·박민아·최화선
  • 발행일 2022년 4월 21일
  • 판형 152×223mm
  • 면수 296쪽
  • 정가 20,000원
  • ISBN 9791189433529
  • 전자책 미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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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인간 중심주의 너머 비인간 행위자들의 세계
살아 움직이는 물질의 행위성에 주목하다

시대와 분과를 가로지르며 최신 이론과 사상의 동향을 소개하는 읻다의 서평 무크지 《교차》 2호 《물질의 삶》이 출간되었다. 2호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비인간 사물의 행위성에 주목하며 현대 철학에 존재론적 전회를 불러온 신유물론을 축으로 삼아, 물질을 수동적이고 무력한 재료로 간주한 기존 인식론에 반대하여 물질이 지닌 적극적인 행위성과 생기, 활력을 사유하는 여러 학문 분과의 논의를 짚어본다.

‘주제 서평’ 8편은 과학철학, 신유물론, 페미니즘 철학, 종교학, 현상학, 미디어학, 기술사, 정치경제학 분야의 주요한 책들이 생동하는 ‘물질의 삶’을 어떻게 탐구하는지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우선 자연의 물질을 규정하는 과학 지식 체계에서 시작해, 물질의 활력을 통해 인간 주체 중심의 철학적, 정치적 질서를 다시 배열하는 문제, 정신에 종속되어 있던 몸을 다시 사유하는 문제, 사상과 텍스트가 아닌 물질적 요소를 통해 종교 문화를 다시읽어내는 문제로 이어지며, 현상학이 마주한 질료의 문제 또한 살펴보며 추상적, 철학적 차원을 논한다. 나아가 현대 정치 및 사회, 문화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매체와 기술의 발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석유와 정치 권력의 관계 등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차원까지 분석한다. 이어 ‘비주제 서평’ 3편은 성인지 의학 및 의료인류학, 종교인류학, 사회학 분야의 고전과 주목할 만한 연구를 되짚어 본다. ‘에세이’에서는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이론과 실천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본다.

“물질의 행위성과 활력이라는 지적 도전”
추상적 질료에서 일상의 사물까지,
현대 이론의 최전선이 사유하는 인간 바깥의 삶

‘주제 서평’은 오늘날 인문사회과학에서 학제적 담론으로 확장되면서 현대 이론의 최전선을 형성하는 ‘물질’ 연구를 다룬다. 물질은 추상적 질료이건 구체적 사물이건 누구에게나 “삶에 밀착된 사안이고 매혹과 두려움을 야기하는 뜨거운 관심사로, 그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우리 삶에 현전한다”.(안연희, 본문 중에서) ‘주제 서평’에 수록된 글 8편은 20세기 이후의 이론과 사상이 인간을 주체의 자리에, 물질을 객체의 자리에 고정해온 인간 중심주의의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것’의 바깥, 두렵고도 매혹적인 비인간 행위자들의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게 된 경위를 다각도에서 조망한다.

먼저 신광복의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는 ‘과학자들은 물이 H₂O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라는 물음을 따라가며, 장하석의 《물은 H₂O인가?》가 물질의 미시적 구조 연구를 통해 원자화학 연구사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발전적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상술한다.

이어지는 글 3편은 2000년대 인문학의 ‘물질적 전회’로 불리는 신유물론과의 연관 아래 진행된다. 문규민의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은 오늘날 신유물론 철학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생기론적 유물론의 ‘원전’,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을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존재론(OOO),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머니즘 등 동시대의 철학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김지은의 〈다시, 그러나 다른 ‘몸’을 상상하기〉는 엘리자베스 그로스의 《몸 페미니즘을 향해》를 중심으로, 현대 페미니즘 철학이 몸과 정신, 생물적 요소와 사회 구성적 요소, 섹스와 젠더의 이항 대립에서 빠져나와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몸에 주목하게 되면서 오늘날의 신유물론 페미니즘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안연희의 〈성물의 역설과 활력으로 쓴 물질의 종교사〉는 ‘살아있는 성스러운 물질’이 쇄도했던 중세 후기 종교 문화를 다룬 캐럴라인 바이넘의 《그리스도교의 물질성Christian Materiality》을 통해, 인간 중심의 근대적 관점이 확립되기 이전에 영적, 정신적 추구가 어떻게 성물과 같은 구체적 물질과 관계 맺었는지를 논하며 ‘물질 종교’ 연구의 흐름을 소개한다.

조태구의 〈질료 현상학: 현대 프랑스 현상학의 두 갈래 길〉은 논문 선집 《물질에 관한 현상학Phénoménologies de la matière》을 살피며, 형상과 관계 맺기 이전의 순수한 질료를 파악하지 못한 후설 현상학의 한계를 현대 프랑스 현상학이 어떻게 해결하고자 했는지 개괄하면서 물질에 관한 추상적 차원의 논의를 마무리한다.

이후의 글 3편은 미디어학, 기술사, 정치경제학을 통해 구체적 사물이 어떻게 현대적 삶의 조건을 형성하고 또 변화시키는지를 논한다. 심효원의 〈20세기의 미디어 역사/ 21세기의 미디어학 역사〉는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는 문구로 널리 알려진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대표작 《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축으로, 미디어의 물질성을 다루는 메타 학문인 미디어학이 어떻게 인간을 영혼이 제거된 정보 시스템으로 파악하며 오늘날 문화 연구에 반향을 일으켰는지 상론한다. 유상운의 〈기술로 사회 다시 보기〉는 ‘기술의 사회사’를 개척한 루스 슈워츠 코완의 업적을 돌아보며, 거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일상의 물건에 주목하여 이를 정치사, 사회사, 노동사, 문화사 등과 엮어낸 《미국 기술의 사회사》를 논평한다. 끝으로 전현우의 〈중동의,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석유라는 물질이 민주주의를 억압해 온 양상을 탐구하는 티머시 미첼의 《탄소 민주주의》를 계기로 경제 개발 방법과 성장의 한계, 정치적 기구에 관해 고찰하며, 에너지 활동의 변화 및 균형 잡힌 혼합 정체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새로운 책과 흘러간 책,
낯선 문제와 오래된 뿌리

‘비주제 서평’은 신간과 구간, 고전을 포괄하며 우리가 맞닥뜨린 현안을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고, 한국 문화의 한 조각을 외부의 시선으로 관찰하며, 학문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 번역의 문제를 돌아본다. 서보경의 〈페미니즘과 거대한 규모의 의학〉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된 월경 이상 문제를 발단으로, 여성의 질병과 고통을 다룬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언다잉》, 《질병과 함께 춤을》을 함께 읽으며 지식 체계의 어긋난 틈이 낳은 의학의 구조적 무지에 대한 해결을 촉구한다. 권용란의 〈서양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여성 의례〉는 1970년대 한국 여성의 삶과 무속을 다룬 로렐 켄달의 《무당, 여성, 신령들》을 통해 근대화 시기의 생활사를 살펴보고, 조선 시대 이후 여성 의례의 위치 변화를 돌아본다. 최치원의 〈막스 베버의 ‘방법론’ 번역과 문화자본〉은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번역 출간을 계기로 베버 사상의 핵심적 테제를 짚어보며, 기존의 여러 번역본과 새로운 번역본을 비교해 논평한다.

‘에세이’는 책이라는 경계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형식의 학문적 논설을 소개한다. 배세진의 〈정세 속에서 인류학 하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비판 이론에 관하여〉는 《불쉿 잡》 번역 출간을 동인으로, ‘행동하는 지식인’ 그레이버의 사상적 여정을 따라가며 그가 개진한 아나키스트 인류학을 “정치철학을 해체하는 정치철학”으로, 또 정세 속에서 인류학을 실천한 비판 이론으로 해석한다.

시대와 분과를 가로지르는 지식의 교차로
읻다의 본격 서평 무크지 《교차》

2021년 읻다에서 창간한 서평지 《교차》는 연 2회 발행되며, 학술서를 중심으로 국내외 여러 분야의 책을 다룬 10여 편의 서평을 수록한다. 각 서평은 학술지 논문에 준하는 분량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책의 논지와 이를 둘러싼 맥락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자신의 해석을 개진하여 오늘의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주제 서평’은 특정 분야나 시기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의 분기점이 된 고전과 최신의 연구를 종횡으로 오가며 교차점을 모색한다. 이어 ‘비주제 서평’을 통해 흘러간 책을 되짚어 보고 새로 출간된 책을 살피며, 오래된 질문과 참신한 사유를 지금 여기의 문제와 연결 짓기 위한 가능성의 지평을 탐색한다. 이로써 책을 통해 축적된 사유가 서평을 매개로 맞부딪치는 지적 교류의 장을 지향한다. 1호 《지식의 사회, 사회의 지식》은 고전과 현대의 문제작을 오가며 지식 공동체의 작동과 변모를 살펴보았으며, 2호 《물질의 삶》은 추상적 질료부터 일상적 사물까지 물질이 지닌 행위성을 조명한다.


차례

서문

박민아 • 물질이 들려주는 이야기

주제 서평

신광복 •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 • 《물은 H₂O인가?》

문규민 •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 • 《생동하는 물질》

김지은 • 다시, 그러나 다른 ‘몸’을 상상하기 • 《몸 페미니즘을 향해》

안연희 • 성물의 역설과 활력으로 쓴 물질의 종교사 • 《그리스도교의 물질성》

조태구 • 질료 현상학: 현대 프랑스 현상학의 두 갈래 길 • 《물질에 관한 현상학》

심효원 • 20세기의 미디어 역사 / 21세기의 미디어학 역사 • 《축음기, 영화, 타자기》

유상운 • 기술로 사회 다시 보기 • 《미국 기술의 사회사》

전현우 • 중동의,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 《탄소 민주주의》

비주제 서평

서보경 • 페미니즘과 거대한 규모의 의학 •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언다잉》·《질병과 함께 춤을》

권용란 • 서양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여성 의례 • 《무당, 여성, 신령들》

최치원 • 막스 베버의 ‘방법론’ 번역과 문화자본 •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에세이

배세진 • 정세 속에서 인류학 하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비판 이론에 관하여


책 속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성공이란 독점적 진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진리’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진리를 얻으라’는 말은 되도록 많은 실재에서 진리를 얻으라는 요구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실재에서도 되도록 많은 진리를 얻으라는 말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후자가 저자의 요구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끼리를 만지는 사람들로 우리를 비유하는 대목에서 확실해진다. 저자는 이 비유를 언급하며 “우리 자신의 특수한 경험을 너무 많이 일반화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 뿐 아니라, 더 많은 협력자들을 모아서 코끼리의 다양한 부분들에 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532쪽)라고 말한다. […] 따라서 저자의 능동적 실재주의는 다원주의를 옹호해야만 실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신광복, 〈물질, 합의, 다원주의, 그리고 실재주의〉

물질적 생기는 “인간의 의지와 설계를 흩뜨리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힘이다. 이런 독립성은 생기가 “자신만의 궤적, 성향, 경향을 지닌 유사 행위자나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결국 물질적 생기란 물질에 내재적으로 실재하는 힘, 능력,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의 작용action은 곧 물질의 행위action이고, 물질적 생기는 그렇게 행위할 수 있는 능력, 즉 행위성인 것이다. 작용하고 행위하는 물질이 있다면, 물질적 생기도 있다.

문규민, 〈물질의 행위생태학: 물物의 약동〉

피와 살과 수많은 신경 세포로 이루어진 여성의 ‘몸’을 살아있는 물질이자 유기체로 다시 사유하는 것, 몸의 자취를 다시 따라가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몸의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 나아가 몸에 대한 대안적 설명을 진전시키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지만, 남성 중심의 권력 체계와 그에 맞게 직조된 지식 체제에 미세하지만 효과적인 균열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로스가 1980년대부터 착수해 1990년대에 꽃피운 이 험난한 작업은 약 30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김지은, 〈다시, 그러나 다른 ‘몸’을 상상하기

바이넘의 이 책은 만지면 향기를 내뿜고 병을 치료하거나 성인의 의지를 표현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성 유골, 피 흘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성체, 움직이는 성상 등 가시적으로 움직이고 변하는 물질들과 그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 등 물질의 변화 가능성이 종교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화두가 되어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중세 후기를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이 시대에는 오늘날과 사뭇 다르게, 그러나 어떤 점에서는 마찬가지로 물질의 행위성이 신학 이론이나 교회 정치의 장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펄펄 살아있는 쟁점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중세의 사물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지금 또 다른 방식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물질에 대한 매혹과 두려움, 물질의 행위성과 활력이라는 지적 도전을 인간중심의 근대적 이분법의 제한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음미해 볼 수 있다.

안연희, 〈성물의 역설과 활력으로 쓴 물질의 종교사〉

타자기는 글쓰기를 탈성화할 뿐 아니라 손 글씨의 독특한 고유성을 표준화한 기계 활자로 대체함으로써 탈인격화한다. 타자기는 이렇게 개인의 특이성을 익명으로 사라지게 할 뿐 아니라, 문장들을 물질적 차원에서 각각 분리된 개별 철자들의 조합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들은 언어가 영혼에서 비롯된 총체적인 사유를 밖으로 송출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던 손 글씨의 시대와는 다르고, 키틀러는 이에 따라 타자기와 뇌가 둘 다 뇌생리학적 기능을 갖춘 기계 장치의 제어 시스템이라는 동종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 키틀러는 “우리의 필기도구가 우리의 사유와 더불어 작업한다”(373쪽)는 니체의 말에서 한층 더 나아가 “정보 기술이 더 이상 인간에 환원될 수 없으며 […] 이제는 정보 기술 자체가 인간을 만든다”(375쪽)라고 주장한다.

심효원, 〈20세기의 미디어 역사 / 21세기의 미디어학 역사〉

항 CCP 항체 음성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겪고 있으며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한 여성의 삶에는 서로 어긋나는 지식 체계의 틈이 여럿 드러난다. 단 하나의 지표만을 가지고 질병의 특성을 온전히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과거의 지식에 기반한 의료 보험 체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성이 경험하는 구조적 폭력의 높은 강도와 자가 면역 질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여성의 높은 발병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역시 ‘미확인’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뒤센베리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것처럼, 이 답해지지 않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성차가 인간 신체의 변화와 질병 경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치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의과학의 진일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여성적 추론의 영역은 원한이나 집착, 환상과 같은 미혹迷惑의 영역이 아니다. 이 영역은 외려 지성의 첨단, 새로운 지식의 탄생을 예비하고 있는 창조성의 지평이다.

서보경, 〈페미니즘과 거대한 규모의 의학〉

그레이버는 아나키스트 인류학을 제창한다. 아나키즘은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한 좌파 급진정치철학 전체와도 불화하는 이단 중의 이단인데, 왜냐하면 아나키즘은 이미 언급했듯 국가없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 아나키즘은 ‘너’와 ‘나’ 사이에 국가가 매개하는 어떤 통치 형식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도래가 가능하다고 유토피아적으로 사고하며, 그레이버는 그 과학적 가능성을 국가 없는 사회에 대한 인류학의 연구들에서 발견한다. 앞서 언급했듯 지배의 형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평등주의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류학적으로도 인정되지만, 최소한 국가 혹은 정부의 통치가 없는 사회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세진, 〈정세 속에서 인류학 하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비판 이론에 관하여〉

지은이

신광복
연세대학교 지질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서출판 성우 편집장 및 객원 주간, 동아사이언스 출판 팀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과학 책을 기획했으며, 《줄기세포》, 《생명공학의 위대한 도전》(공저), 《광물과 암석》, 《과학적 생각》, 《수학과 과학의 만남》, 《우주와 별》, 《과학이란 무엇인가》(공저) 등을 쓰고,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근간)을 번역했다.

문규민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HK 연구교수. 경희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인도불교학으로 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의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연구했다. 주로 분석철학 계통의 형이상학, 과학철학, 심리철학, 인식론의 주요 문제들을 연구한다. 전문 분야는 의식과학과 형이상학이며, 주요 논문으로는 〈통합정보로서의 의식 이해하기(Making Sense of Consciousness as Integrated Information)〉(2019), 〈 배제와 미결정된 감각질(Exclusion and Underdetermined Qualia)〉(2019) 등이 있다. 의식과학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연구 모임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현대 인류학과 존재론의 새로운 흐름들, 임상심리학과 정신의학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제대로 된 문제라면 반드시 답이 있다고 믿는다.

김지은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소속.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취득 후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은 책으로 《도래할 유토피아들》(공저),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공저) 등이 있고, 루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의 《식물의 사유》를 공역했다. 최근 신유물론과 페미니즘의 접점 속에서 생태 문제를 조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그 일환으로 호주 생태 철학자 발 플럼우드의 《악어의 눈》 번역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안연희
선문대학교 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초기 그리스도교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문명 밖으로》(공저), 《문명의 교류와 충돌》(공저), 《종교, 미디어, 감각》(공저), 《뉴노멀 시대 종교 신은 무엇을 요구하나》(공저) 등이 있다.

조태구
경희대학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낭테르 대학(파리10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정신주의와 프랑스 현상학을 중심으로 삶vie에 대해 탐구했으며, 현재는 ‘의료’라는 인간의 고유한 활동을 통해 인간에 대해, 나아가 다시 삶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발표한 논문과 저서로는 〈미셸 앙리의 구체적 주체성과 몸의 현상학〉, 〈반이데올로기적 이데올로기 — 의철학 가능성 논쟁: 부어스와 엥겔하르트를 중심으로〉, 《의철학 연구: 동서양의 질병관과 그 경계》(공저), 《죽음의 인문학》(공저) 등이 있다.

심효원
연세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전前영화사 미디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매체와예술연구소에서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경희대학교에서 미디어 및 문화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근대 전후의 미디어사, 영화사를 검토함으로써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주로 살펴보았고, 현재는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넘어서는 포스트 인간 중심주의가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를 미디어 이론, 문화, 작품들을 경유하여 진행 중이다.

유상운
한밭대학교 인문교양학부 조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기술 개발의 역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한 관료, 연구 개발을 수행한 과학자와 공학자에서 생산 공장의 여공과 정비사, 청계천 전자 상가의 기술자와 상인 등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공장과 시장을 주 무대로 한국의 과학기술사를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동아시아의 맥락 속에 위치 지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최근의 연구로 〈무전기에서 라디오로: 전자 기술 문화와 반도체 산업 발단의 착종사〉(조동원 공저)가 있다.

전현우
교통, 철학 연구자. 과학철학을 연구하던 와중, 대규모의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사람들을 매일같이 끌어들이는 교통 시스템의 마력 덕에 본격적으로 교통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거대도시 속에서 이동력을 제공하는 철도망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존재하고 번창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책인 《거대도시 서울 철도》를 썼고, 이 책으로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 학술부문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에서 교통에 대한 관심을 더 발전시키면서, 앞선 저술에서 누락되거나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 쟁점을 검토하는 새 책을 몇 권 준비 중이다.

서보경
인류학자.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 한국에서는 HIV 감염에 대해, 태국에서는 보편적 건강 보장과 빈곤, 포퓰리즘에 대해 주로 연구해왔다. 불평등, 고통의 결, 퀴어 정치, 감염되는 것과 감염되지 않는 것의 차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논문으로는 〈‘역량강화’라는 사회과학의 비전〉, 〈가운뎃점으로 삶과 죽음이 뭉쳐질 때〉, 지은 책으로는 《마을 병원에 서로 기대어: 태국의 공공 의료가 만들어가는 돌봄 정치(Eliciting Care: Health and Power in Northern Thailand)》,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공저), 《아프면 보이는 것들》(공저)이 있다.

권용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한신대학교 강사룰 지냈다. 현재 서울대 인문대학 참여연구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조선시대 왕실 조상신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조선시대 ‘개화(改火)’ 의례 연구〉, 〈조선시대 “해괴제(解怪祭)” 연구〉, 〈조선왕실 문희묘(文禧廟) 의례의 형성과 특징〉 등이 있다.

최치원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정치사회철학이 주전공이다. 논문으로는 〈막스 베버의 정치사상에 나타나는 전통과 혁신〉 등 막스 베버와 관련된 수십 편의 글이 있으며, 그 밖에 헤겔, 가다머, 하버마스, 아렌트 등에 관한 다수의 글이 있다.

배세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논문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론의 재구성: 알튀세르와 발리바르의 논의를 중심으로〉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사회학 및 정치철학’ 학과에서 푸코와 마르크스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같은 대학원 같은 과 정치철학 전공에서 이 논문을 발전시킨 논문 〈푸코-마르크스주의와 화폐: 노동-가치, 물신숭배, 권력관계 그리고 주체화〉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르,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비데 등의 현대 프랑스 철학을 사회 과학 내 문화 연구의 틀에서 연구·번역하고 있다. 에티엔 발리바르의 《 마르크스의 철학 》 과 《역사유물론 연구》, 루이 알튀세르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검은 소》, 제라르 뒤메닐·에마뉘엘 르노·미카엘 뢰비의 《마르크스주의 100단어》와 《마르크스를 읽자》(공역), 자크 비데의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과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피에르 부르디외·로제 샤르티에의 《사회학자와 역사학자》(공역)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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