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이상
  • 옮긴이 김동희
  • 발행일 2023년 3월 11일
  • 판형 140×140mm
  • 면수 160쪽
  • 정가 20,000원
  • ISBN 9791189433772
  • 전자책 출간 예정


책 소개

“나의 체온은 적당하고
나의 희망은 감미롭다”

한국문학사의 영원한 가설, 이상의 일본어 시 28편 
시대를 건너 시인과 우리를 잇는 새로운 번역

이상이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잡지 《조선과 건축》에 연재한 일본어 시를 엮은 《영원한 가설》이 읻다의 새해 첫 신간으로 출간되었다. 이상의 일본어 시 연구와 정지용의 이중언어 의식에 대한 연구를 이어온 김동희 박사의 번역으로 선보이는 이번 책은 이상의 시 세계로 진입하는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이상 시의 무한 확장 가능성, 그로 인해 끝없이 자유롭고, 끝없이 헤매며, 끝없이 실패한다. (…) 이 책은 이러한 방황을 자진해 선택할 사람들, 나의 벗이자 이상의 팬이 되어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영원한 가설》은 시간의 겹만큼 쌓인 ‘이상다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시 독자로서 이상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학술서가 아닌 한 권의 시집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책에는 주석을 넣지 않고, 옛날 어투의 표현들을 모두 현대어로 바꿈으로써 동시대 독자를 반긴다. 또한 본래 일본어는 모두 붙여 쓰므로, 이상이 본고에서 띄어쓰기 없음을 의도했는지 알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기존에 번역, 소개된 같은 작품들에서는 생략된 띄어쓰기를 추가했다. 나아가 김해경에서 이상으로, 세로 조판에서 가로 조판으로, 가타카나에서 히라가나로, 1년의 연재 기간 동안 시의 내외부에 발생한 전환을 포착해 재현했다. 이처럼 이상이라는 형식에 압도되지 않고, 면밀히 고증하되 동시대 언어로 옮기는,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1년여간 두 명의 평론가와 읻다 편집부가 정기적으로 모여 역자와 함께 초고를 읽었고, 일본어 감수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번역을 완성했다.  

식민지 시기 언어의 혼재와 스물한 살 김해경의 시   

임의의 반경의 원 (과거분사의 시세) / 원 안의 한 점과 원 밖의 한 점을 연결한 직선 / 두 종류의 존재의 시간적 영향성 / (우리들은 이것에 대해 무관심하다) / 직선은 원을 살해했는가

〈이상한 가역반응〉 중에서

이상이 본명 김해경으로 《조선과 건축》 1931년 7월호에 기고한 이상한 가역반응 외 5편의 시는 그의 첫 시 발표작이다. 시인은 이후 1932년 7월까지 총 28편의 일본어 시를 발표했지만, 그의 이름 앞에 우리에게 익숙한 ‘천재’ ‘모더니스트’ ‘전위 시인’ 등의 수사가 붙은 것은 이후의 일이다. 해당 지면은 건축 전문 잡지로 당대에도 독자층이 매우 국한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로 쓰여졌다는 이유로 역사 인식의 결여나 현실과의 단절로 평가되어 오랜 시간 구체적인 작품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대에 쓰여진 일본어 시를 한국 문학으로 호명하는 것은 분명 낯설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다만 작가의 역사 인식이 논의의 쟁점이라면, 1910년에 태어나 1936년에 짧은 생을 마감한 이상의 삶 전체가 식민지 조선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것을 헤아릴 때, 이 작업은 하나의 가능태가 된다. 《영원한 가설》은 우리말 사용이 제한되었던 굴절된 역사의 한 단면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조명함으로써 일본어 시에 내재된 이상 문학의 연속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훗날 “정신이상자의 잠꼬대”라는 사람들의 비방에도 오히려 “아무에게도 굴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문단의 후진성을 지적했던, 한국 문학의 ‘충격적 사건’이 될 한 문제적 시인의 첫 출현을 ‘다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차례

이상한 가역반응 13
파편의 경치 19
▽의 유희 23
수염 29
BOITEUX·BOITEUSE 35
공복 41

조감도

두 사람‥‥1‥‥ 49
두 사람‥‥2‥‥ 51
신경질적으로 비만한 삼각형 53
LE URINE 55
얼굴 63
운동 69
광녀의 고백 71
흥행물 천사 81

삼차각설계도

선에 관한 각서 1 91
선에 관한 각서 2 97 
선에 관한 각서 3 103
선에 관한 각서 4 105
선에 관한 각서 5 107
선에 관한 각서 6 115
선에 관한 각서 7 123

건축무한육면각체 

AU MAGASIN DE NOUVEAUTES 133
열하약도 No.2 137
진단 0:1 139
22년 141
출판법 143
차8씨의 출발 149
대낮 155

옮긴이의 말 158


책 속에서

발달하지 않고 발전하지 않고 / 이것은 분노다.  

〈이상한 가역반응〉 중에서

정말로 / 「함께 노래 부릅시다」 / 라고 하며 나의 무릎을 두드려야만 했던 것에 대해 / ▽은 나의 꿈이다. 

〈파편의 경치〉 중에서

1 /눈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장소에는 삼림인 / 웃음이 자리해 있었다 / 2 / 당근 / 3 / 아메리카의 유령은 수족관인데 매우 유려하다 / 그것은 음울하기도 한 것이다 / 4 / 계류에서― / 건조한 식물성인 / 가을 

〈수염〉 중에서

천체를 찢는다면 소리쯤은 나겠지 / 나의 보조는 계속된다 / 언제까지나 나는 시체이고자 하면서 시체이지 않은 것인가 

〈BOITEUX·BOITEUSE〉 중에서

이 손은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소유하고 싶지도 않다 소유한 것의 / 소유한 것을 느끼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 × / 지금 떨어지고 있는 것이 눈이라고 한다면 지금 떨어진 나의 눈물은 / 눈이어야 한다 / 나의 내면과 외면과 / 이것의 계통인 모든 중간들은 지독히 춥다 

〈공복〉 중에서

천진한 촌락의 집개들아 짖지 말아라 / 나의 체온은 적당하고 / 나의 희망은 감미롭다. 

〈공복〉 중에서

▽이여 힘겨루기에서 이긴 경험은 어느 정도 있는가. / ▽이여 보아하니 외투에 뒤덮인 등밖에 없구나. / ▽이여 나는 그 호흡에 부서진 악기다.

〈신경질적으로 비만한 삼각형〉 중에서

진녹색의 편평한 뱀류는 무해함에도 수영하는 유리의 유동체는 무해함에도 반도도 아닌 어느 무영의 산악을 도서처럼 유동하게 한 것이고 그로 인해 경이와 신비와 또한 불안마저도 함께 개워낸 바 투명한 공기는 북국처럼 차기는 하나 양광을 보라. 

〈LE URINE〉 중에서

배고픈 얼굴을 본다. / 반드르르한 머리카락 밑에 어째서 배고픈 얼굴은 있는가. / 저 사나이는 어디에서 왔는가. / 저 사나이는 어디에서 왔는가.  

〈얼굴〉 중에서

여자의 피부는 벗겨지고 벗겨진 피부는 날개옷처럼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참으로 서늘한 경치인 것을 깨닫고 모든 이는 고무 같은 두 손을 들어 입을 박수하게 하는 것이다. / 나 여행에서 돌아옴, 잘 곳 없어요. 

〈광녀의 고백〉 중에서

(입체에의 절망에 의한 탄생) / (운동에의 절망에 의한 탄생) / (지구는 빈 둥지일 때 봉건시대는 눈물날 만큼 그립다) 

〈선에 관한 각서 1〉 중에서

미래로 달아나서 과거를 본다, 과거로 달아나서 미래를 보는가, 미래로 달아나는 것은 과거로 달아나는 것과 동일한 것도 아니고 미래로 달아나는 것이 과거로 달아나는 것이다. 확대하는 우주를 우려하는 사람이여, 과거에 살라, 빛보다도 빠르게 미래로 달아나라. 

〈선에 관한 각서 5〉 중에서

빛을 즐겨라, 빛을 슬퍼하라, 빛을 웃어라, 빛을 울어라. / 빛이 사람이라면 사람은 거울이다. / 빛을 가져라. 

〈선에 관한 각서 7〉 중에서

사각인 케이스가 걷기 시작한다. (소름 끼치는 일이다) / 라디에이터 근처에서 승천하는 잘 가요. / 밖은 비. 발광 어류의 군집 이동. 

〈AU MAGASIN DE NOUVEAUTES〉 중에서

이상 책임의사 이상 

〈진단 0:1〉 중에서

지은이 | 이상

본명 김해경金海卿. 식민지 조선의 역사가 시작된 해인 1910년, 9월 23일 경성(지금의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떨어져 아들이 없던 백부 김연필의 집에서 생활했으며,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근무했다. 1930년 잡지 《조선》에 소설을 연재하고, 1931년에서 1932년에는 건축 잡지 조선과 건축朝鮮と建築》에 일본어 시를 발표했다. 1933년 각혈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종로에 다방 ‘제비’를 개업한 후 이태준, 박태원, 김기림 등과 교류했으며, 정지용의 소개로 잡지 《가톨릭청년》에 조선어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조선 문단에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1934년 문학 동인 ‘구인회’의 멤버가 되었으며,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 연작을 발표하던 중 독자의 항의로 인해 연재를 중단하게 된다. 1936년 변동림과 결혼 후,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이듬해 불온사상 혐의로 구금되었고 1937년 4월 17일 새벽 도쿄제국대학 부속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 김동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의 객원 연구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정지용 전집》(최동호 편, 서정시학)에 수록된 일본어 시와 산문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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