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정보라
  • 발행일 2023년 5월 1일
  • 판형 128×188mm
  • 면수 246쪽
  • 정가 15,000원
  • ISBN 9791189433710
  • 전자책 출간

책 소개

“당신을 위해서, 사람이 되고 싶었어. 해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걸, 나도 해보고 싶었어, 그 사람이 당신이라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 선정작 《저주 토끼》 작가 정보라 미발표 데뷔작
서로의 곁에 끝까지 남고 싶었던 한 남자와 구미호의 사랑 이야기

부커상 최종 후보 《저주토끼》 작가 정보라의 미발표 데뷔작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선정작 《저주 토끼》의 작가 정보라의 미발표 데뷔작 《호》가 읻다 출판사의 장르문학 브랜드인 ‘포션’에서 출간되었다. 《호》는 구미호 설화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그동안 작가의 약력에서만 존재했을 뿐, 베일에 싸여 있던 작품이다. 실제로 《호》는 디지털문학상 수상 이후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어떤 방식으로도 출간되지 않으면서, 작가의 미발표작으로 남을 뻔했다. 하지만 독자의 부름에 이끌린 끝에 결국 15년여의 시간을 거슬러 독자와 만나게 된 걸 보면, 소설 속 두 주인공인 ‘기준’과 ‘지은’처럼 역시 작가와 책의 인연은 알 수 없는 법이다.

한 남자와 구미호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

《호》는 로맨스 판타지, 호러 장르의 소설이다. 총 3개의 부에 20매 안팎의 짧은 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이어진 웹소설의 문법에 가까운 작품이다. 《호》를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여우에게 홀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구미호의 입장에서 보면 ‘한 남자를 사랑한 끝나지 않는 여우의 사랑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호》가 특별한 건 ‘남자’가 ‘여자’의 정체가 여우임을 알면서도 사랑했다는 것이고, ‘여우’ 또한 과거에 인간 남자에게 배신당했음에도 다시 한 남자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남자’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는다. ‘여우’는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자 앞에 몇 번이고 나타난다.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 문장처럼, 《호》는 사랑이란 정말 알 수 없다는 말을, 인연이란 정말 알 수 없다는 말을, 로맨스와 호러를 잘 반죽해서 만든 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있다.

슬프고 고단하지만 아름다운 소설

정보라 작가가 《호》를 쓴 건 15년 전이다. 2008년, 외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할머니와 각별한 사이였던 작가는 러시아에서 급하게 귀국한다. 그리고 외할머니를 돌보면서 ‘구미호’라는 이야기를 현대적인 로맨스로 바꿀 생각을 한다. 《호》에는 주인공 ‘기준’과 ‘여우’의 사랑도 존재하지만, ‘기준’과 ‘여우’의 만남을 반대하는 ‘할머니의 사랑’도, ‘할머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애쓰는 기준의 사랑도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랑이 다른 하나의 사랑을 넘어설 때, 비로소 그 사랑은 진짜 사랑이 되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슬프고 고단하다. 매일 심야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학원 강사 ‘기준’의 인생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일하고 간호사로도 일하고 학원 강사로도 일하면서 아무도 믿지 못하며 사는 구미호 ‘지은’의 인생도, 손자가 걱정되어 쉽게 눈감지 못하는 ‘할머니’의 인생도, 모두 다 슬프고 고단하다. 그렇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연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생은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홀림과 사랑 사이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홀리는 것은 다른 걸까? 주인공 ‘기준’이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으며 구미호 ‘지은’ 옆에 머물렀던 건, 주인공 ‘지은’이 ‘할머니’의 모진 말과 부적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인간 남자 ‘기준’ 곁을 계속 맴돌았던 건, 홀림일까, 사랑일까.

《호》는 정보라 작가 특유의 공포스럽고 환상적이며 초현실적인 이야기에, 로맨스의 즐거움과 기묘한 반전을 더했다. 서로의 곁에 끝까지 남고 싶었던 인간과 한 여우의 이야기는, 홀림일까 사랑일까? 어떻게 읽을지는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


차례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책 속에서

“당신을 위해서, 사람이 되고 싶었어. 해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걸, 나도 해보고 싶었어, 그 사람이 당신이라서.”

P. 225~226

그렇게 할머니를 구하고 나면, 나는 그녀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사랑하는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다가올 노년과 질병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무르며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로, 오로지 꿈결처럼 몽롱하게, 그녀만을 좇으며, 그녀에게만 몰입한 채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녀와 보냈던 시간의 기억을 나는 대부분 잃었지만, 그 맹목적인 몰입이 주던 행복감은 기억한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이 그립다.

P. 234

지은이 | 정보라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단편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등이 있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응모하여 〈머리〉가 당선되었고, 2008년 제3회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예일대학교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학교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장과 마르가리타》, 《창백한 말》 등 여러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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