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에드거 앨런 포
  • 옮긴이 노승영
  • 발행일 2022년 1월 24일
  • 판형 125×200mm
  • 면수 188쪽
  • 정가 16,000원
  • ISBN 9791189433482
  • 전자책 미출간

책 소개

현대 과학의 9가지 발견을 시적 직관으로 예견한
에드거 앨런 포 필생의 걸작
우주적 상상력 안에서 합일하는 진리와 아름다움

“독립적인 정신이 이룩한 아름다운 성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진리로 충만하여 이 책을 참되게 하는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 ‘진리의 책’을 내놓는다.”

본문 중에서

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드거 앨런 포의 산문시 《유레카》가 읻다에서 출간되었다. 빅뱅 우주론, 올베르스 역설의 해답, 다중 우주론 등 현대 과학의 9가지 발견을 시적 직관으로 예견한 책으로, 포는 이를 ‘진리의 책’이라 칭하며 필생의 걸작으로 여겼다. 출간 당시에는 허무맹랑한 사변이라 외면당했으나, 포 사후에는 여러 과학자와 시인 들이 이 책의 선구적 발견에 주목했다.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 책을 “독립적인 정신이 이룩한 아름다운 성취”라 평했으며, 시인 폴 발레리는 과학적, 수학적 통찰에 기반을 둔 포의 상상력에 큰 영향을 받았다. 또한 프랑스어권에서는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스페인어권에서는 소설가 훌리오 코르타사르가 이 책을 번역하는 등 여러 언어권의 문인들이 《유레카》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과학과 철학, 문학적 사유가 뒤섞인 사변적인 내용과 그에 못지않게 난해한 문체를 자랑하는 까닭에 국내에 번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뱅 우주론, 올베르스 역설의 해답, 다중 우주론…
연역도 귀납도 아닌 직관의 날개로 이룬 과학적 도약

“나의 심장이 뛰고 나의 영혼이 살아 있음을 확신하는 것보다 (…) 만물과 만물에 대한 모든 생각이 원초적이고 무연한 하나로부터, 관계의 형언할 수 없는 모든 다양성과 더불어 단번에 존재하게 되었다는 확고한 기정사실을 확신한다.”

본문 중에서

《유레카》는 포가 1848년에 행한 강연 〈우주의 구조에 대하여〉의 내용을 엮은 책이다. 우리에게는 추리 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포는 한때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며 최신의 과학적 발견을 소개하는 등 과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으며, 몇 편의 과학 소설을 남기기도 했다. 포는 “뉴턴의 중력 발견은 이 책에서 밝힌 발견들에 비하면 한낱 사건에 불과하다”며 원대한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당대의 과학적 상식과는 너무도 어긋나는 내용이었던 탓에 터무니없는 허튼소리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유레카》는 현대 과학의 9가지 발견을 예견했다고 평가받는다. 첫째는 직관적 진리로서의 공리에 대한 부정이다. 포는 학자들이 모순율을 신봉하는 이유가 단지 인간이 모순되는 두 명제의 공존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둘째는 빅뱅 우주론이다. 포는 르메트르가 1927년 우주 팽창설을 제기하기 훨씬 전에, 만물과 만물에 대한 모든 생각이 “원초적이고 무연한 하나로부터, 관계의 형언할 수 없는 모든 다양성과 더불어 단번에 존재하게 되었다”고 확신했다. 셋째는 올베르스의 역설에 대한 해답이다. 우주 공간의 모든 곳에는 별이 존재하기에 우주가 무한하다면 밤하늘이 대낮처럼 환해야 한다는 역설에 관한 당대의 해답 하나는 무한히 먼 곳에서 출발한 빛이 아직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으나, 포는 무한 개념이 허깨비에 불과함을 주장하며 우주의 유한성을 논증한다. 그 외에도 포는 이 책에서 자연 법칙의 미세 조정, 다중 우주론, 시간과 공간의 상호 의존성, 물질과 에너지의 등가성 등을 주창했으며, 빅뱅 이전에는 물리 법칙이 존재하지 않았고 물질적 에테르 또한 실존하지 않음을 역설했다.

그런데 포의 이러한 주장은 연역과 귀납이라는 전통적인 학적 방법론 중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다. 그는 “한계 지을 수 없는 직관의 영역으로 솟구치고만 싶어 하는 영혼”의 날개를 잘라 오로지 두 가지 길에만 가두는 학계의 경향을 풍자하며,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전은 연역과 귀납이 아닌 직관적 도약으로 이루어짐을 강조한다. 직관은 다름아닌 “오롯이 자신의 영혼에서 비롯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시적 본능이 이끄는 
부조리한 추구와 위대한 발견

“포의 체계에서 (…) 우주는 우리 정신의 내밀한 구조 안에 현전하는, 심원한 대칭을 지닌 설계도 위에 구축되어 있다. 시적 본능은 맹목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진리로 이끌 것이다.”  

폴 발레리

수학적,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직관과 시적 본능을 따르는 포의 문학적 상상력은 후대의 작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레카》에 매료된 발레리는 프랑스어 신판의 서문을 직접 쓰기도 했으며, 물질, 시간, 공간, 중력, 빛 등의 대칭적 관계에 대한 포의 논의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와 유사하다는 데 주목하여 “그가 추구한 것은 부조리하나 그가 발견한 것은 위대하다”고 평했다. 포는 상상력이 과학에서 심대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작가였으며, ‘의식하는 의식’이자 ‘정신의 기술자’였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발레리의 흥미를 일깨워, 후에 그가 언어의 능력 바깥에 있는 정확성에 도달하기를 목표하며 소설 《테스트 씨》를 집필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하나에서 개별로, 다시 하나로

“시와 진리는 하나다.”

본문 중에서

비평, 시, 소설을 통해 평생을 문학에 천착해온 포가 말년에 《유레카》를 집필한 것은 단지 과학적 사실의 영역을 논파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이 책은 자연 철학과 과학에 관한 희극적 풍자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진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취와 완벽한 “신의 플롯”으로 짜인 우주에 관한 성찰을 지나며 인간이 왜 무한을 사유할 수밖에 없는지, 왜 세계에는 악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오래된 질문에 도달한다. 포의 엄숙하고 장중한 글에서 “원초적이고 무연한 하나”로부터 시작한 우주는 종국에 무로 회귀하며, 인간의 개별적 정체성은 끝내 신의 총체적 의식 속에 합쳐진다. 철학, 종교, 과학, 문학이라는 개별 영역의 구분은 포의 예언적 서술 안에서 무화되며, 삶과 세계의 의미를 끝없이 질문하는 인간의 운명 안에서 합일을 이룬다. 


차례

머리말

물질적이면서 정신적인 우주에 대한 소론

옮긴이의 말 · 우주라는 사건


책 속에서

생각하는 사람들보다는 느끼는 사람들에게—꿈꾸는 사람들과 유일한 현실을 믿는 만큼이나 꿈을 믿는 사람들에게—단지 진리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리로 충만하여 이 책을 참되게 하는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 ‘진리의 책’을 내놓는다. (…)
내가 여기서 제기하는 주장은 참된 것이다. 따라서 죽을 수 없으며—설령 짓밟혀 죽더라도, “부활하여 영생을 누릴” 것이다.

9쪽

참된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들은—모든 역사에서 보듯—직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도약에 의해 이루어지죠. 연역법과 귀납법 같은 고대의 방법들 때문에 탐구는 땅을 기어 다니는 신세가 되었어요. (…) 오롯이 자신의 영혼에서 비롯한 진리는 그 누구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어요. 진리가 진리로 입증될 수 있는가조차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 시대의 독단적 철학자들은 어느 길을 통해 진리에 이르렀는가 말고는 아무것도 거들떠보지 않았어요. 그 길의 종점은 그들에겐 하등의 중요성도 없었어요.

17-18쪽

원자들의 형제애가 이토록 분명한 것은 원자들이 한 부모에게서 나왔음을 암시하지 않는가? 원자들의 동조가 이토록 보편적이고, 이토록 뿌리 깊고, 이토록 무연無緣하다는 것은 공통의 부모가 원자들의 기원임을 암시하지 않는가? 한쪽 끝이 다른 쪽 끝에 논리를 부여하지 않는가? 분열의 무한성은 단일성의 완전함을 가리키지 않는가? 복잡한 것의 총체성은 단순한 것의 완벽성을 암시하지 않는가? (…) 한마디로 지금 모든 상황에서—모든 점에서—모든 방향에서—모든 접근 방식으로—모든 관계에서 모든 조건을 통해—원자들이 이 절대적인, 이 무연한, 이 무조건적인 하나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원자들이 아득한 옛날에 함께 있는 것보다도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근원적으로, 따라서 정상적으로 원자들이 하나였기 때문—아닐까?

57쪽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말하고 본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것보다—나의 심장이 뛰고 나의 영혼이 살아 있음을 확신하는 것보다—내일 태양이 뜬다는 것—아직 미래에 놓여 있는 확률—을 확신하는 것보다 1,000배나 더—만물과 만물에 대한 모든 생각이 원초적이고 무연한 하나로부터, 관계의 형언할 수 없는 모든 다양성과 더불어 단번에 존재하게 되었다는 확고한 기정사실을 확신한다.

60쪽

어느 관점에서 보든, 성운설은 아름답도록 참임을 알 수 있다. 실은 너무 아름다워서, 진리가 그 본질로서 깃들어 있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이건 무척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다. 

97쪽

별들의 연쇄에 끝이 없다면, 하늘의 배경은 은하수에서 보듯 밝기가 균일할 것이다—그 배경을 통틀어 별이 존재하지 않는 지점은 절대적으로 하나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서라면 무수한 방향에서 망원경에 관측되는 허공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 배경이 하도 어마어마하게 멀어서 그곳에서 출발한 빛이 아직 우리에게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누가 감히 부정하겠는가? 내 주장은 그저 그것이 정말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털끝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123쪽

대칭성이야말로 우주의—그 대칭성의 숭고함 면에서 시들 중 가장 숭고한 시에 불과한 우주의—시적 본질이다. 대칭성과 정합성은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용어이므로—시와 진리는 하나다. 사물은 진리에 비례하여 정합하며—정합성에 비례하여 참되다. 다시 말하지만, 완벽한 정합성은 절대적 진리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칭적 본능이기에 인간의 참된 본능이라고 내가 주장한 바 있는 시적 본능을 길잡이로 삼는다면 크게 잘못될 리 없다고 여겨도 무방하다. 

157쪽

보편적 법칙들의 법칙인 주기성의 법칙을 상상의 길잡이로 삼는다면, 우리가 여기서 과감하게 고찰을 시도한 과정들이 영원히, 영원히, 또 영원히 재생되어, 거룩한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새로운 우주가 부풀어 올라 존재했다가 무無로 짜부라질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그보다는 오히려 희망을 품는 것이라고 하자—실로 정당화되고도 남지 않겠는가? 이제—이 거룩한 심장은—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자신의 심장이다.

168쪽

생각하는 존재는 누구나 사유적 삶의 어느 찬란한 순간에 자신의 영혼보다 거대한 것이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는, 또는 믿으려는 헛된 노력의 파도에 휩싸인 적이 있다. 어느 누구의 영혼도 자신이 다른 영혼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런 생각에 대한 격렬하고 압도적인 불만과 거부감—이런 것들은 완벽을 향한 보편적 열망과 더불어 정신적인 것이 물질적인 것과 일치하는 것에 불과하며, 태초의 합일을 향해 분투한다—(…).

170쪽


지은이 |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년 1월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영국 출신의 연극배우 부부인 데이비드 포 주니어와 엘리자 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리치먼드의 부유한 상인 존 앨런과 프랜시스 앨런에게 입양되었으나 정식 입양은 아니었다. 어릴 적에는 유복하게 자랐으나 대학 시절 이후로 평생 궁핍하게 살았다. 1827년 첫 시집 《타멀레인과 그 밖의 시들》을 익명으로 출간했다. 1836년 21세의 나이로 당시 13세였던 사촌동생 버지니아와 결혼했다. 1838년 첫 장편 소설 《아서 고든 핌 이야기》를 출간했다. 1841년 최초의 추리 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발표했으며 1843년에 〈고자질하는 심장〉, 〈황금 벌레〉, 〈도둑맞은 편지〉 등의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1845년 시 〈까마귀〉를 《뉴욕 미러》에 발표했다. 1847년 아내 버지니아가 결핵으로 사망한 뒤 실의에 빠졌다. 1848년 자신이 필생의 걸작으로 여긴 《유레카》를 출간했으며, 이듬해인 1849년 10월 7일 볼티모어에서 사망했다.


옮긴이 |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지구가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옮긴 책으로 스터즈 터클의 《일》,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끈 이론》, 버락 오바마의 《약속의 땅》 등을 옮겼으며, 번역가 박산호와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다. 네이버 웹소설에서 외젠 쉬의 《파리의 미스터리》를 번역 연재하고 있다. 홈페이지(http://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에 대한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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