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니클라스 루만
  • 옮긴이 김건우
  • 발행일 2022년 11월 24일
  • 판형 125×200mm
  • 면수 304쪽
  • 정가 18,000원
  • ISBN 9791189433567
  • 전자책 미출간


책 소개

수수께끼 같은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구축한
난공불락의 사회학적 ‘이념 요새’를 대담집으로 만나다

“체계이론은 사회를 파악할 수 있는

현재로서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시도입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사회이론가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 1927~1998)의 대담집 《아르키메데스와 우리》가 읻다의 대담집 시리즈 ‘반향’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루만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체계이론을 통해 사회를 관찰하고 기술하며 이론화하는 작업을 평생 지속했으며, 50권이 넘는 저서와 350편 이상의 논문을 남겼다. 열 편의 대담을 묶은 《아르키메데스와 우리》는 루만 생전에 출간된 유일한 대담집이다. 이 책에서 루만은 사회라는 지평 속에서 정치, 경제, 사랑, 예술, 생태, 근대, 학문, 지식인 그리고 인간과 사회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대담자들은 사회학자, 독문학자, 매체와 문학 이론가, 철학자, 정치학자 등으로 저마다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하며, 루만은 모든 대화에 차분하고 솔직하게 임하며 깊은 내용을 어렵지 않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대담집은 장마다 다른 주제로 구성되어, 어느 대담을 골라 읽더라도 루만 고유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전방위 사회이론가 니클라스 루만

루만은 사회적인 것을 모두 포괄하는 일반 체계이론을 펼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정치, 경제, 사랑, 종교, 교육, 법, 학문, 위험, 생태, 도덕, 윤리 등 사회의 주요 영역을 탐구했다. 루만은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뤼네부르크에서 행정 직원으로, 첼레에서 법률 사무직으로, 니더작센주 문화교육부에서 고등 사무관으로 재직했다. 퇴근 후에는 철학, 문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의 학문을 파고들었다. 1960년 루만은 하버드 대학교로 연구 휴가를 떠나 탤컷 파슨스와 깊이 교류한 뒤 본격적으로 사회학이론에 몰두하여 저작과 논문을 발표한다. 1968년 루만은 빌레펠트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로 임명되는데, 이는 독일어권 최초의 사회학 교수 자리였다. 당시 대학에 제출한 연구 계획이 바로 “대상: 사회이론, 기간: 30년, 비용: 없음”이다. 1993년 정년 퇴임 때까지 루만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매진했다. 

사회를 파악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시도, 체계이론

“체계이론은 더 이상 사회를 단순하게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는 대신 누군가에게 위해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생한 위험으로 간주되는 사실을 고려하면서 사회를 파악할 수 있는, 현재로서 유일하고 효과적인 시도입니다.”(152쪽)

《아르키메데스와 우리》 초판이 출간된 1987년은 사회학계에서 사회학 및 사회학이론의 위기가 거론되던 때였다. 세계와 사회는 날로 복잡해지고 설명하기 어려워지는데, 사회학 안팎의 이론적 자원을 통일적으로 구축하는 이론이 부재하다는 진단이 제기되었다. 이 시기 루만은 체계이론을 제시하여 고전적인 주체-객체 개념을 깨트렸다. 사회가 더 이상 계급이나 재산으로 나뉜 개인들의 집단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대신 루만은 커뮤니케이션 개념으로 체계와 환경을 파악한다. 그에 따르면 사회는 경제, 정치, 법, 예술과 같은 사회 체계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으로 구성된다. 그는 체계와 인간이 대립한다고 보지 않았다. 루만에게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 체계이론은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그의 이론은 사회적인 것의 단면이 아니라 전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루만은 거대한 구조들의 자기적응 능력을 믿었다.

루만과 사회학에 다가서는 실험적인 진입로

“대담은 매번 새롭고 우연한 질문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답변 역시 참된 지식을 전수하거나 보장하는 대신, 이미 주어진 형식을 새로운 형식이 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조형적인 질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대칭성이 대칭성으로 전도되고, 전도된 대칭성은 다시 새로운 형식이 되어 비대칭화되는 자기지시적인 순환 관계에 놓인다.”(287쪽)

니클라스 루만은 ‘이념 요새’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사회학이론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를 쌓은 사회학자라는 뜻을 담은 별명이다. 그가 구축한 이론은 마치 거대하고 견고한 성채와 같다. 방대한 저술 자료와 더불어 이론의 추상성과 복잡성 그리고 난해함은 독자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이 대담집은 루만과 그의 이론에 다가서는 수월한 진입로가 되어준다.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 대담에서는 독자에 대한 저자의 우월성이 전복될 수 있다. 글로 설계된 문장에서는 찾기 어려운 우발적인 말들이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나며, 이는 생기를 유발하는 동시에 암시를 자라게 한다. 독자는 루만의 이론서를 곧장 읽는 대신, 대담 진행자와 루만의 상호 작용을 관찰하며 오히려 저작의 핵심으로 직진할 수 있다. 대담집이 루만과 사회학으로 다가서는 “실험적인 진입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산성의 비결은 메모 카드
장인이나 선지자가 아닌 관찰자의 자세로

《아르키메데스와 우리》에는 니클라스 루만의 작업 방식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루만은 이론의 깊이와 넓이뿐 아니라 방대한 저술 작업을 가능하게 한 생산성에 관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는 이 생산성의 비결로 ‘메모 상자’를 꼽는다. 루만은 아이디어를 적을 수 있는 메모지를 언제나 소지했으며, 평생 9만 장이 넘는 메모 카드를 기록하고 보관했다. 루만은 1950년대 초부터 메모 상자로 작업을 했고, 번호를 매겨 메모끼리 연결하는 독창적인 참조 방식을 만들었다. 그는 종종 책을 쓸 때보다 메모 상자 작업에 훨씬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담 진행자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답하는 루만의 어조는 건조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명하고 명료하다. 학자로서 학문을 대하는 철저함과 성실성이 곳곳에 드러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사회를 이론화하는 학파의 장인이나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저는 […] 기껏해야 어떻게 변화가 지속되는지 관찰하고 이론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는 사람일 뿐입니다.”(145쪽) 독자는 이처럼 변화를 관찰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루만의 시선과 사상을 거듭하여 관찰하면서 읽고 생각하며 비판할 수 있다. 이 대담집을 읽으며 독자는 관찰자를 관찰하는 풍부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차례

편집자 서문 · 조형적인 비대칭
1장 · 정치적인 것의 개념
2장 · 저는 카를 마르크스를 택하겠습니다
3장 · 인간의 삶에 관하여
4장 · 시칠리아에서의 인터뷰
5장 · 그러므로, 사랑
6장 · 중단의 어려움
7장 · ‘1984’, 로베르트 융크와의 논쟁
8장 · 트로이의 목마
9장 · 전기, 태도, 메모 카드
10장 · 아르키메데스와 우리


옮긴이 해제 · 아르키메데스의 점과 자기관찰의 변형적 능력
니클라스 루만 연보


책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새로운 어떤 것이 되어야 하거나, 이전에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확실한 어떤 것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자기얽힘의 네트워크(selbstgestrickten Netz)에서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이 요청됩니다. 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가령 잼을 두고 최상급 천연 과일에서 선별해 만든 제품이라고 말한다 한들, 우리는 그것이 좋은 잼이라는 데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합니다. 진실한 사랑 역시 그렇습니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이미 의심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표현 가능성으로 다시 강화될 수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설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5장 <그러므로, 사랑>, 83~84쪽

저는 단어 선택과 개념 투입의 정확성에 매우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방식처럼 너무나 평범한 단어들을 너무나 평범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통해 정확성을 산출하는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6장 <중단의 어려움>, 119쪽

저에게 책임이란 무엇보다 숙련된 솜씨로 조탁하는 일입니다. 자신이 직접 읽은 책만을 인용하고, 완수할 수 있는 한 명료하고 정확하게 사고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 제가 책임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에서 부분적으로 오해를 제거하고, 부분적으로는 현재적인 것을 포착하는 데 따르는 어느 정도 확실한 필연성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내용에 대한 책임이라기보다 작업의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책임입니다.

8장 <트로이의 목마>, 143쪽

체계와 환경의 관계가 중요하며, 언제나 다양한 것들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기능주의 역시 중요합니다. […] 한번은 기능 개념이 중요하고, 한번은 체계와 환경의 차이가 중요하며, 다른 때는 자기지시하는 형상이 중요하고, 그다음에는 작동과 관찰의 차이가 중요한 식입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것보다 모든 것을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는 이념이 연구의 태도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9장 <전기, 태도, 메모카드>, 158쪽

저는 사회학이 이 문제를 성찰하는 가능성을 어떤 식으로든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회 내부에 자신의 장소를 가짐으로써 자신을 성찰하는 자기지시적 기술로 고유한 관점을 성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존재론적으로, 주체-초월론적으로, 인식론적으로 특권화된 위치에 있는 사회학의 거부 역시 성찰할 수 있습니다.

10장 <아르키메데스와 우리>, 201쪽

루만의 체계이론은 개인을 특정한 위치에 놓고 설명하는 대신, 개인의 선택성이 어떻게 조건화하고 강화되는지 관심을 갖는다. 더 많은 가능성을 조건화할 수 있는 자유를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214쪽, 옮긴이 주

다르게도 가능한 순서와 조합을 허락하지 않는 선형적인 사고 대신에 체계이론은 이론의 비선형성을 정당화하면서 독자에게 상당한 자유를 부과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인간도 선형적이지 않고 복잡하다고 말하지만, 유독 이론이 추상적일수록 그만큼 반인간적이라고 평가하는 인간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는 인간이나 행위라는 ‘언어’의 유혹이기도 하다. 체계이론적인 작업이나 근대사회를 이론적으로 파악하려는 일은 이런 ‘언어의 유혹’을 극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성과 감정 그리고 신체의 복합체로서 인간을 선형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만큼, 그런 인간관계가 펼쳐지는 장인사회는 더욱 복잡하며, 그런 사회를 이론화하는 것은 더욱 복잡하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256쪽, 옮긴이 주

사회학은 사회 안에서 사회를 관찰하고 기술하는 사회의 성찰 학문이다. 루만이 말하는 장(場)의 특수성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장이론과 달리, 부분과 전체의 논리 속에서 전체보다 높은 성찰 잠재력이 있는 부분들의 자기생산에 따른다. 다시 말해서 부분을 전체보다 큰 세계로 이해하며, 전체의 질서로 대표되거나 환원될 수 없는 다른 층위의 질서를 구성한다고 이해한다. 이런 이유에서 기능적으로 분화된 체계를 각각의 ‘장’이라고 할 때 탈중심화 또는 다중심화된 근대사회를 이론화하는 것이다.

260쪽, 옮긴이 주

이 책 《아르키메데스와 우리》의 제목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의 가능성과 새로운 형식을 묻는 하나의 상징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점은 새로운 인식과 그 인식의 기준을 매번 새롭게 묻는 점으로 재기술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근대사회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점의 (불)가능성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이 대담집을 읽다 보면, 근대사회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주제화하는지, ‘자기주제화(Selbstthematisierung)’의 구조와 그 작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하게 된다. 동시에 독자인 우리 역시 사회의 자기주제화를 관찰하는 루만을 관찰할 수 있다. 

279쪽, 옮긴이 해제

지은이 |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

독일의 사회학자. 1927년 독일 뤼네부르크에서 태어났다. 15세에 군에 징집되어 복무했고 전후 미군 포로 생활을 거친 뒤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1952년 즈음부터 철학, 문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민속학 문헌에 대한 메모 카드를 작성해 사회학이론의 대상이 되는 모든 학문으로 관심을 확장했고 이를 평생 지속한다. 1954년부터 뤼네부르크 고등 행정 법원에서 행정 공무원으로, 니더작센주 문화교육부에서 고등 사무관으로 재직했다. 1958년 첫 논문 〈행정학에서의 기능 개념〉을 발표했으며 1960년에 하버드 대학교로 연구 휴가를 떠나 탤컷 파슨스와 깊은 사회학적 교류를 가진다. 이후 조직, 행정, 정치, 법을 체계이론으로 재구축해 사회학이론을 정초하면서 공동 저작과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66년 박사 학위와 교수 자격을 동시에 취득했고 1968년 빌레펠트 대학교의 첫 번째 교수이자 사회학과 교수로 부임한다. 당시 독일 지역 최초의 사회학과 교수 자리였다. 《열정으로서의 사랑》, 《사회적 체계들》, 《예술체계이론》, 《사회의 사회》 등을 비롯한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으며 1998년 빌레펠트 근교 외를링하우젠에서 타계했다.


옮긴이 | 김건우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학이론과 독일의 국가사회학을 공부하며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사회학적인 이론화 작업으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교수신문》과 《대학지성》의 독일 통신원이었고 몇 편의 논문과 서평을 썼다. 페르디난트 퇴니스의 논문 〈법치국가와 복지국가〉와 니클라스 루만의 논문 〈야만을 넘어서〉, 책 《근대의 관찰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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